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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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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방점은 완화 아닌 '폐지'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13.37% vs 11%'. 지난달 코스피 하락률과 공매도 거래금액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 격차다. 개미들의 탄식 속에서 공매도 세력은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하락장에 베팅하는 공매도의 위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공매도 폐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은 이미 2천500여 건에 달한다. 청원별 참여 인원수까지 고려하면 공매도에 대한 반감은 과히 국민여론 급이다.

공매도가 촉발한 주가하락 피해는 상당하다. 실제 올해 들어 전체 거래량의 20~30%가 공매도 물량이던 종목들은 죄다 하락했다. 쉽게 말해 공매도 세력이 한 종목 거래량의 3분의 1일씩을 차지하면 주가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공매도 전략은 법적으론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는 신용도 면에서 주식 대여가 쉽지 않고 상대적으로 고급 정보도 적기 때문에 사실상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인정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식은 안이하기만 하다. 금융위원회는 그간 누차 내밀어 온 개인 공매도 참여 확대를 최근 국정감사와 언론 브리핑에서 또 반복했다.

사후적발 격인 공매도 제재 강화안 역시 공매도로 주가 충격이 발생한 이후의 조치란 점과 결제 불이행 이전엔 적발이 어려운 무차입 공매도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 당국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이나 유상증자를 전후해 공매도 세력이 등판하고 개미들이 피를 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곤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배경이다.

지금 공매도에 대한 여론의 방점은 완화가 아닌 '폐지'에 찍혀있다. 현존하는 문제는 바로잡지 않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만 강조하는 건 말장난일 뿐이다. 금융당국 수장도 공매도가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임을 인정한 마당에 진정성 있는 대안이 절실하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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