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2금융권에도 연쇄 충격이 닥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 악재에 조달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짙은 암운이 드리웠다. 보험업계는 고금리 시절 주력상품이었던 저축성보험의 역마진이 축소될 조짐이 보인다.
2금융권에 쏠린 한계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저해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리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30일 한은은 서울 중구 태평로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p 올렸다.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하향조정한 뒤 6년 5개월간 동결하다 지난해 11월 금리 눈금을 0.25% 높였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최저 수준에서 0.50%p 상승했다.
◆카드수수료에 한 번, 조달금리에 두 번 치인 카드업계
카드수수료 인상안으로 K.O.패가 코앞에 다가온 카드업계는 금리상승에 ‘자포자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여신전문금융업은 은행이나 저축은행처럼 수신 기능을 겸한 금융사가 아닌 탓에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는 당연히 동반상승한다.
가계대출 규제로 법정최고금리도 연24%로 낮아진 상황이다. 여전사가 전보다 비싼 값에 돈을 빌리고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건전성 지표를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과 별개로 이미 카드업계 순익은 곤두박질쳤다. 카드업계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천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70억원 감소한 수치다.
지속적인 업계 경색으로 누적순이익 낙폭은 더욱 눈에 띈다. 신한카드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9.3% 떨어진 3천955억원이다. 현대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29.74%, 17.68% 감소했다.
내년 업황도 어둡다. 금융위원회는 적격비용 산정결과 확인된 카드수수료 인하여력 1조4천억원 중 8천억원 이내에서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할 방침이다. 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구간을 연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며 필요 자금은 카드사가 마케팅비용 축소로 스스로 마련토록 했다.
◆저축성보험 역마진 해소 기대감…단기 성과 전망은 안갯속
보험업계는 금리인상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긍정적인 요인은 운용수익 상승과 역마진 해소다. 저금리 기조 탓에 최근 보험업계의 운용수익이 지지부진해왔고, 고금리 시절 주력 판매상품이었던 저축성보험의 역마진 우려도 잠재우지 못한 상황이다.
보험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을 창고에 비축해야 하는 보험업계는 보수적인 투자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금리 흐름과 보험사의 수익성이 궤를 같이한다. 긴 저금리 기조가 국내 생보사들의 자산운용효율성에 제동을 건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성과는 좋지 못했다. 운용자산이익률 4%를 넘긴 보험사는 지난해 AIA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푸르덴셜생명, DB생명 등 6곳에 불과했다. 올해는 푸르덴셜생명과 교보생명만이 4% 이상의 이익을 시현했다.
수익성에 대한 기대심리가 쌓이며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주가가 같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11월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생명보험사 주가에는 긍정적인 이슈”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성과가 있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장기적인 인상 흐름이 드러나야 유의미한 역마진 해소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생명보험사의 경우 금리확정형 계약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장기금리의 반등 없이는 이원차역마진의 축소가 쉽지 않다"며 "신규계약의 유입을 통해 보유계약이 희석되거나, 만기도래 계약건수가 늘어날 경우 부담이율의 하락폭이 커질 수 있지만 단기적 성과로는 가시화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의 당위성이 부각돼 금리 측면에서 보험업종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내년 국내 금리인상 기대감이 미미한 점, 미국 경기 둔화 등을 생각하면 일부 차익 실현 매물도 나올 수 있어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취약차주 몰린 2금융권, 대출금리 상승시 건전성지표 악화 우려
한편 대출금리 상승이 예견되며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한은은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취약차주는 150만명으로 전체 가계대출자의 7.9%에 달한다. 이중 다중채무, 저소득, 저신용 등의 한계차주는 40만5천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2금융권 대출을 적어도 한 번씩은 받았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고위험가구 비중은 3.1%에서 3.5%로 확대된다.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비중이 100% 이상이면 고위험가구로 분류한다. 0.25%p 금리인상으로 변동금리 가계의 이자 부담은 2조5천억원 증액된다는 게 한은의 추정치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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