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SK텔레콤이 전 조직을 5G 중심으로 전면 재편했다.
전체 임원의 20% 이상을 신규 젊은 임원으로 발탁했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을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큰 폭의 세대교체로 평가된다.
특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겸직하면서 중간지주사 전환을 염두한 남은 퍼즐, 미디어 사업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6일 이번 조직 및 인사개편을 통해 "5G 인프라의 무한한 잠재력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모든 조직을 5G 실행에 적합한 체계로 전면 재편한다"며,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으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어,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발탁해 도전과 혁신의 조직문화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큰 폭의 세대교체, 5G 시너지 집중
SK텔레콤의 조직 및 인사개편은 5G에 맞춰 진행됐다. 장기적인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전체 임원의 20% 이상 수준의 22명이 신규임원으로 선임됐다. 내년 기준 임원 평균 나이는 48세로 70년대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체계로는 5G의 발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 조직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세대교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MNO와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4대 사업부 조직으로 재편했다.
MNO사업부장으로 유영상 코퍼레이트센터장이 승진 보임됐다. 글로벌 통신사업자와 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상품, 서비스, 유통 등을 혁신하는데 집중한다.
미디어사업부장은 윤원영 통합유통혁신단장이 맡는다. SK브로드밴드를 맡은 박정호 사장을 보좌해 운영총괄역을 한다. 기존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SK그룹 스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보안사업부장에는 최진환 ADT캡스 대표가, 커머스사업부장은 이상호 11번가 대표가 각각 보임 변경됐다. 조직을 4대 사업부제로 전환하고, 남은 미디어 사업을 박정호 사장을 직접 챙기면서 향후 중간 지주 전환을 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업 운영에 기술 역량을 모아줄 각 센터도 태세를 정비했다. 김윤 AI센터장을 중심으로 AI 기술 지원 역활이 확대됐다. 또 DT추진단은 DT센터로 격상되면서 조동환 DT추진단장이 센터장 역할을 담당한다. 센터 내 '데이터 거버넌스 그룹'을 신설해 향후 2년 내 각 사업 조직과 ICT 관계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한다.
ICT기술원은 ICT기술센터로 명패를 바꾸고, 박진효 ICT센터장이 ICT 관계사 간 기술 시너지와 성장 R&D를 강화한다.
주요 사업부와 센터 산하에는 5G 전담 부서가 신설된다. 이와 더불어 박정호 사장을 중심으로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모델, 전략, 조직 리더 들이 참여하는 '5GX 탑팀'이 운영된다. 탑팀은 박정호 사장이 직접 이끈다.
아울러 5G 시대 신규 융합서비스 발굴에 나설 곳으로 별도 2개 사업단을 꾸렸다. 장홍성 단장을 필두로 한 'IoT/Data 사업단'은 스마트시티, 보안인증, 스마트팩토리, 데이터 마케팅 등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영역으로 재편된다. 'AI/모빌리티 사업단'은 장유성 사업단장의 지휘 아래 누구(NUGU)를 중심으로 AI포털과 T맵, T맵 택시,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영역에 힘을 보탠다.
ICT 관계사 간 긴밀한 협업과 유기적인 시너지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유통과 데이터, 인프라, R&D 등 공통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ICT 관계사 전체가 성과 공동체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중간지주사 전환 포석, 남은 건 '미디어'뿐
SK텔레콤의 이번 조직 및 인사개편은 폭이 크고, 전 조직을 4대 사업부로 재편했다는 점에서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유선 및 IPTV와 OTT, 홈사업 등을 쥐고 있는 SK브로드밴드 대표를 겸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미디어 사업역량 강화로 4대 사업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것.
실제로 박정호 사장은 중간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각 사업군의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해왔다. 즉, 탈통신 전략과 함께 비통신 분야 계열의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으려면 그에 따른 사업군의 홀로서기에 의지를 보여온 것..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외부 또는 계열간 소위 '쪼개고 합치기'식 재편을 이어왔다.
주요 4대 사업부 중 '보안'은 지난 10월 ADT캡스 인수를 완료하면서 이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연내 SK텔링크 산하 NSOK도 ADT캡스에 합병된다. 포괄적주식교환으로 SK인포섹 진분 100%를 SK텔레콤 계열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양자암호통신 IDQ도 인수한 바 있다.
'커머스' 분야는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H&Q로부터 5천억원의 자금을 투자받는데 성공한 11번가를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시키는 등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 11번가를 e-커머스 한국판 아마존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SK플래닛은 SK테크엑스와 합병해 기업간 거래(B2B)를 대상으로 데이터&테크 전문회사로 키운다. SK플래닛은 이한상 ICT시너지 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MNO'는 박 사장이 SK C&C에서부터 합을 맞춰온 유영상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보임하면서 지속적인 쇄신에 힘을 더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올해 고객가치혁신을 위해 8대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관련 사업을 진행, 추후 MNO 사업분할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전망이다.
남은 과제는 역시 '미디어'로 꼽힌다. 10주년을 맞은 IPTV 사업은 실적 효자가 됐으나 개별로 놓고 보면 적자 구조를 이제 막 벗어난 수준. 규제 영향권 내에 있어 지상파와 케이블TV(SO) 등에게 안팎으로 견제를 받고 있다.
특히 IPTV는 홈사업의 중심에 놓여 있어 향후를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CJ헬로 인수불발이라는 시련을 겪은 SK텔레콤이 플랫폼 강화를 위해 또 다시 케이블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내 OTT 서비스 중 1위인 '옥수수'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의 공세에 밀려 한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한국판 넷플릭스로 키우겠다는 SK텔레콤은 독립적인 성장구조를 세우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 중이다. 추후 분사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기존에 사업별로 구분된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며,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의 귀재라 불리는 박 사장이 적절한 승부처에서 빠른 결단을 내리기 위해 의사결정 단계를 단일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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