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정부가 침체기를 맞은 카드업계에 신용평가(CB)사업과 빅데이터 등 갈증해소 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수익원이 사라진 상황인 데도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한 대안만 제시한다는 볼멘소리다. 금융당국도 카드업계의 순익 손실을 예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도 카드사 손해 인정…"연간 7천50억원 덜 번다"
1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의 '규제영향분석서'을 살펴보면 정부가 올해 내놓은 카드수수료 관련 정책의 영향으로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손실은 연간 7천억원이 넘는다.
지난달 26일 금융위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른 비용은 연간 4천198억원으로 이 같은 지원책이 10년 유지될 경우 현재가치로 추산한 비용은 3조3천383억원에 이른다.
내년부터 카드수수료 우대구간이 연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면 매출액 5억∼10억원 가맹점은 연간 2천197억원, 매출액 10억∼30억원 가맹점은 연간 2천1억원의 수수료 인하 혜택이 발생할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지난 8월 공표한 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대한 비용은 연간 2천850억원이다. 10년 환산 비용은 2조2천664억원이다. 내년부터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영세 온라인사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를 우대수수료 적용대상에 포함하고, 신규가맹점도 최초 반기 말 이후 우대가맹점으로 확인되면 우대수수료율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이다.
금융위는 두 가지 조치로 신용카드사의 순익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금융위는 "연 매출 5억원 초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더 크다"며 "오프라인·온라인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고 매출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신규가맹점이 일정 기간 불합리하게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해법은 빅데이터? 장기전망 꿈꾸기 어려운 업황에 카드업계 ‘한숨’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데이터산업이다. 카드사가 결제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CB)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등 빅데이터 관련 부수업무를 허용할 방침이다. 개인사업자 CB업을 신설해 신규 CB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한편 사업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카드사는 개인사업자 CB업 겸영도 허가한다는 게 골자다.
핵심은 빅데이터 산업의 수익성이다. 고질적인 실적악화에 시달려온 카드사로서는 장기전망만 보고 빅데이터 산업의 인프라를 확충할 여력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B산업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데다 신용평가 사업을 하려면 개별적인 모델을 또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기존의 신용평가 사업자 점유율이 높아 입지가 좁다"고 답했다.
이미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SCI평가정보 등의 사업자들이 개인신용평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들 CB사의 한해 순수익을 모두 합쳐도 600억원이 되지 않아 한 카드사의 순익도 대체하지 못한다. 게다가 정부가 카드사에게 개방한 비금융정보 CB는 신용등급의 보조수단일 뿐 가장 유효한 평가수치도 아니다. 외부 금융사가 카드사의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받아들인다는 확신도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CB산업은 선배 사업체라도 있지만, 정부가 독려한 비금융정보 CB는 반영 사례가 없어 카드업계가 신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카드사가 결제정보를 자유롭게 조합해 신용점수를 매기라는데, 자유롭게라는 말은 곧 어떤 결제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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