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중공업지주가 준비금 감소를 통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에게 비과세 고액배당을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20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대구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 중 2조원의 준비금을 감소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준비금은 회사가 장래 생길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해 두는 금액이다. 상법상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등 쌓아둔 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준비금을 감소시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올 3분기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의 자본금은 약 8천140억원이다. 따라서 준비금이 1천220억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쌓아놓은 준비금은 5조9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특별결의가 아닌 보통결의 사안이라 안건 투표 시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만 넘으면 되는 데다, 재무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준비금 감소 안건은 임시주총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될 경우 비과세 특별배당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경우 무상증자나 배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상증자나 배당과는 달리 주주의 자본거래에서 발생한 납입금을 돌려받는 성격으로 인정돼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상 과세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재무적인 영향이 극히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의 대규모 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환 후에는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액 배당의 가능성까지 열려있는 상태다.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의 부채비율은 45.4%에 불과하다. 준비금 감소 후 전액 배당을 실시하면 부채비율은 70.1%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재무구조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두 사람이 내년 4월 대출 상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배당 가능성은 물론 고액배당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정몽준 이사장은 지난 4월 2일 지주 주식 164만9천487주를 담보로 1년 만기, 정기선 부사장은 10월 1일 지주 주식 22만9천95주를 담보로 6개월 만기 대출을 받았다. 대출일 당일 종가 기준 담보 가치는 7천974억원이다. 통상 담보비율(80%) 적용 시 6천380억원을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30.9% 보유하고 있다. 2조원을 전액 배당할 경우 일반 배당 시 내야할 배당소득세(15.4%)가 공제돼 상환해야 할 대출금과 비슷한 규모인 약 6천2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가 향후 배당성향 70%, 시가배당률 5% 이상의 배당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했던 점 역시 준비금 감소분을 배당에 활용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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