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같은 통신재난을 사전 예방하는 한편,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정부와 통신사가 손을 맞잡았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기본계획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27일 제6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논의를 거쳐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 11월 24일 KT 아현지사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서울 5개 구와 경기 고양시 일대 통신장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해당 지역 시민들은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겪었으며, 소상공인들은 통신장애로 인해 카드결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매출액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재난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현장실태 조사와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는 행안부, 소방청, 방통위, 금융위, 통신사 등으로 구성됐다. 통신재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전 과정에서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27일 통신사업자간 협약식 자리에서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 구축으로 편리함을 누려온 반면 통신재난에는 대비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라며, "통신사도 재난대응에 있어서만큼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재발 방지 및 신속한 복구 체계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관리대상 포함된 D급도 통신망 우회로 확보
이에 앞서 과기정통부는 현장실태 조사를 통해 현황 및 문제점을 도출했다. 조사는 과기정통부 및 통신, 소방전문가 62개팀이 주요 통신시설, 지하 통신구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주요통신시설 1천300개소에 대한 조사결과, 현재 중요통신시설 지정 기준에 따른 등급의 상향 또는 하향 등 조정이 필요했다. 현행법 상 소방시설 의무대상인 500m 이상 통신구에 자동화재탐지설비나 연소방지설비 설치가 일부 되지 않았다. 설치 의무가 없는 500m 미만 통신구는 소방시설 설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통신구별로 감시 등도 허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500m 미만 통신구도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통신사는 법령 개정 전이라도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 법령에 따른 자동화재탐지설비, 연소방지설비 등을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선언적이거나 권고사항으로 돼 있는 주요 통신시설에 대한 화재․수해․지진 등 재난예방에 대한 상세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주요 통신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점검대상을 일반 재난관리 대상시설로 D급까지 확대하고, 점검 주기를 A․B․C급은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D급은 2년 단위로 신설됐다.
정부는 통신․재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정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가칭)'를 설립해 등급지정 기준 및 통신사의 재난계획의 수립지침 등을 심의 확정한다. 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하는 재난대책의 추진실적 등을 점검하고,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재난 대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통신구 화재에서 통신국사의 통신망 우회로가 확보 되어 있지 않아, 한 통신국사의 장애가 인근 통신국사에 영향을 미쳐 통신재난 피해지역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통신재난 발생 시에도 통신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D급 통신국사까지 통신망 우회로를 확보하도록 한다.
통신망 우회로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방식은 '정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에서 추가로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통신망 우회로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을 고려해 각 통신사별 재무능력에 따라 유예기간을 달리 줄 계획이다.
◆ 정부-통신사 재난대응 협력체계 수립
과기정통부는 이번 통신망 복구과정에서의 문제점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신재난으로 국민들이 전화나 카드결제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관련 안내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부족했다는 것. 통신사간 협력방법 및 절차 등에 대한 사전 약속이 없어, 재난 시 통신사 간 협력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통신재난시 긴급전화 사용법, 행동지침 등 이용자 행동요령을 마련해 홍보하고, 옥외전광판·대중교통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재난경보를 실시할 예정이다. 통신사가 통신장애 발생사실과 손해배상 기준, 절차 등을 이용자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통신사는 통신재난 시 이용자가 기존 단말을 통해 타 이통사의 무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로밍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난 지역에 각 통신사가 보유한 와이파이망을 개방하여 인터넷, 모바일 앱전화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대책의 첫 후속조치로 '과기정통부와 통신사간 협력방안 논의 간담회'를 27일 오후 개최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과기정통부와 통신사는 통신재난 대비와 상황 발생 시 신속한 극복을 위해 마련된 이번 대책에 공감했다. 재난 상황에서 통신사간 로밍, 와이파이망 개방 등 상호협력 방안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
민 차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미흡한 부분은 강화하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통신망 구축을 우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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