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보험업계가 올해의 첫 격전지로 치매보험 시장을 낙점했다. 과거 치매보험은 중증 치매만 보장해 소비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최근 출시된 상품들은 경증 치매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다만 유사한 구조의 치매보험이 짧은 기간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지난해 치아보험의 과열경쟁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인다.
◆'깜빡깜빡' 경증치매도 보장…80세 제한도 봉인해제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치매보험을 출시하거나 출시할 예정인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 등 네 곳이다. 지난해 말까지 범위를 넓히면 NH농협생명과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과 DB생명도 치매보험 판매에 팔을 걷었다.
최근 출시된 치매보험들은 중증 치매와 더불어 경증 치매도 보호한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전체 치매보험 132개 중 중증 치매만 보장하는 보험이 82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증 치매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렵고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하며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된 상태로 매우 중한 치매 상태에 해당된다. 전체 치매환자 중 중증 치매환자비중은 2.1%로 매우 낮다.
임상치매평가척도(CDR)가 초기와 중등도, 중증 치매를 구분하는 척도다. CDR 1점으로 초기 단계의 치매는 일상생활과 관련한 기억이 깜빡깜빡해 지장을 초래하는 단계를 가리킨다. 2점부터는 새로운 기억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익숙한 기억만 알고 있는 상태다.
보장 기간도 실리적으로 늘렸다. 최대 100세까지다. 치매는 젊을 때보다는 65세 이상 노년기에 주로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질병으로, 특히 80세 이후 발생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환자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약 9.8%로 추정되며 환자 중 80세 이상이 60%를 차지한다.
◆보험도 유행 따라? "진단, 상품구조 복합한 치매보험…과열은 자충수"
생명보험사 '빅3'도 치매보험에 눈길을 돌린 이유는 판매고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치매보험의 수요가 급증한 데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인 치매국가책임제의 결과도 서서히 드러난 덕이다. 보험업계가 새해 보험상품으로 앞다퉈 내놓은 점도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치매 보험은 실제로도 잘 팔리고 있다. 아직 판매 극초반 단계임에도 신계약 실적이 가시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말 치매보험상품을 내놓은 대형, 중소형 보험사들은 한달 동안 각각 수천건에서 1만건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출시 붐을 일으켰던 치아보험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을 포함해 중소형 손해보험사들까지 앞다퉈 치아보험을 출시하면서 시책비 과열경쟁 논란이 일었다.
치매보험은 판매경쟁뿐 아니라 차후 민원과 리스크관리 면에서도 취약하다. 치아보험보다 상품 구조가 복잡한 데다 CDR척도 진단에서도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질환을 과장하거나 연기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치매보험이 장기 상품이라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치매 보험은 간병비와 진단비를 따로 보장하고 유병자, 고령자를 위한 상품이 많아 보험료가 비싼데, 이 보험료를 절약하려 무해지환급형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다. 해지시 보험료를 돌려받기 어려운 상품으로 소비자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치매보험 소비자는 ▲중증치매와 경증치매도 보장 가능한 상품 선택 ▲80세 이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 선택 ▲보험금 대리청구인 지정 필요 ▲목돈마련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노년기까지 보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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