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첫 타깃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경우 향후 한진을 넘어 재계 전반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기금운용위원회(기금운용위)를 열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한진칼 지분 434만3천217주(7.34%)를 보유해 3대 주주, 대한항공 지분 1천109만3천807주(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국민연금은 앞서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행동 지침이다.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기금운용위에서 최근 한진그룹 사태와 관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배임 및 사익 편취 혐의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해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조양호 회장 등 이사들의 업무 해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주주제안,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 추전 사외이사 선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이 부적절한 경영권 남용으로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주주권행사의 첫 타깃으로 지목된 한진그룹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사모펀드 KCGI까지 대규모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면서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그룹은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을 낸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인 데도 불구하고 하필 자신들을 주주권행사의 첫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 불만스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대놓고 불편한 내색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비단 한진그룹만은 아니다. 재계 전반에서도 이번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를 견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이번을 계기로 다른 기업들 역시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면서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한진그룹이 시범케이스이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국민연금의 경영 간섭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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