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세계 1위 전사적 자원관리(ERP) 기업 SAP가 제공하는 ERP의 유지보수 서비스 기한이 2025년 종료된다. 국내 SAP 고객들도 이를 일컫는 이른바 '2025년 문제'에 직면한 형국이다.
17일 삼성SDS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SAP S/4 하나(HANA) 기반의 삼성전자 차세대 ERP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사용해온 SAP ERP를 신제품인 SAP S/4 HANA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선택의 배경에는 SAP ERP를 포함한 SAP 비즈니스 스위트(R3)의 유지보수 지원이 2025년 종료되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2025년이 지나서까지 계속 사용할 경우 보안 패치 등을 받을 수 없다.
SAP 고객은 최신 버전인 S/4 HANA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냐, 타사 ERP로 전환할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SK텔레콤, 한국전력 등 많은 대기업이 SAP ERP를 쓰고 있다.
이달초 현대건설기계가 본사와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S/4 HANA 기반 '글로벌 원(ONE) ERP 시스템' 1차 구축을 마쳤다.
◆SAP ERP 계속 쓰거나 갈아타거나
문제는 SAP S/4 HANA의 경우 기존과 달리 SAP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인 SAP HANA만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오라클 DB, 마이크로소프트 DB(SQL Server)는 지원되지 않는다. 상당수 기업이 SAP ERP와 오라클 DB를 함께 쓰는 상황을 고려하면 SAP ERP를 계속 쓴다는 건 DB까지 교체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복잡한 과정이다.
2025년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만은 않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운트다운까지 7년이 남았다"면서 "연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만큼 이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객의 선택에 따라 SAP와 오라클의 희비는 엇갈릴 수 있다. SAP S/4 HANA로 가는 고객은 SAP HANA DB를 쓰게 된다. SAP 입장에서는 DB 시장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반면 오라클 DB를 써온 고객이라면 오라클은 고객을 잃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SAP S/4 HANA로 가면서 오라클DB를 쓰지 않게 됐다.
반대로 SAP ERP를 더 이상 쓰지 않고 오라클 ERP 등 타사 ERP를 선택하는 고객이 나올 수 있다. 국내 기업인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이 ERP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LG CNS가 대기업 시장을 겨냥해 자체 개발한 ERP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SAP나 오라클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대기업 시장에서 검증받은 ERP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오라클DB 시장 입지 흔들리나
오라클 DB에 SAP ERP를 써온 고객 가운데 S/4 HANA로 가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오라클에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국내외적으로 '탈 오라클' 바람이 부는 데다 오픈소스 DB 기술이 안정화되면서 오라클 DB 시장 입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2022년까지 오라클 DB를 완전히 걷어낼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오라클이 최근 몇 년간 '풀라(PULA)' 라이선스 영업을 강화해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PULA는 기간 제한없이 평생 동안 무제한으로 DB를 사용할 있는 라이선스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 LG유플러스 등이 PULA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DB 라이선스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며 "더 이상 새로운 고객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에서 새로운 계약 방식으로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김국배 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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