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 A씨는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피부미용 시술 권유를 받았다. 평소 피부 염증이 잦아 고생하던 A씨는 시술에 마음이 동했다. 병원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하면 실제 부담금이 없다, 공짜 시술과 다를 바 없다"고 부추기자 A씨는 시술을 받고 실손보험 허위청구에 가담했다. 얼마 뒤 해당 병원이 상습 보험사기 의료기관으로 지목되며 A씨까지 덩달아 조사를 받게 됐다.
#. 직장인 B씨는 친구 C씨가 최근 구매한 고가 휴대폰의 액정을 깨 망연자실하자 "내가 깬 것으로 하고 보험금을 청구해라"라며 사고내용을 조작해 서류를 작성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상품에 약속된 보험금을 요구해 C씨의 휴대폰을 수리해준 B씨는 작은 호의로 친구와의 '우정'을 지켰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이후 자신의 행동이 보험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크게 당혹스러웠다.
‘천태만상’ 보험사기가 10년 사이 2.6배 성장하는 등 근절되지 않으면서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보험사고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청 내 보험사기 전담 수사관을 두는 등 전문성을 높여 누수 보험금을 줄이는 방법도 제시됐다.
20일 변혜원,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기 현황과 방지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2017년 국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7천302억원으로 지난 10년 동안 2.6배 확대됐다고 밝혔다. 최근 보험사기는 보다 조직화, 고도화 돼 적발되지 않은 금액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두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보험사기가 만연하면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이 늘어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특히 보험사기 전문가가 일반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식의 보험사기가 만연하고 있다. 2017년 적발된 보험사기 중 손해보험에서 발생한 보험사기가 전체 적발금액의 약 90%를 차지했는데, 손해보험 중에는 자동차보험, 장기손해보험 순으로 보험사기가 많이 발생했다. 또 실손의료보험 관련 보험사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비업체는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차주를 설득하여 사고차량의 파손부분을 확대하거나 사고와 관계없는 부분까지 수리한 후 보험회사에 수리비를 청구한다. 또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병원에 고용된 전문적인 영업전담 인력이 무료 도수치료, 피부미용 시술 등을 미끼로 보험계약자를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 사고에 대한 표준 정보가 구축된다면 보다 빠른 적발과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험연구원은 진단했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보험업법에 근거하여 보험사고 정보를 집적했으나, 한국신용정보원은 신용정보법에 근거하여 정보를 집적하므로 정보제공에 동의한 정보만을 사용할 수 있어 정보가 분산됐다.
변 연구위원은 "부당지급 방지를 위한 보험사고 정보 접근에 제약이 있고, 유관기관 간 자료 형식의 표준이 달라 정보 공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있다"며 "보험사기가 다른 계약자들의 보험료를 인상시켜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부족은 연성 보험사기를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보험사가 보험사고 정보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보험 보험금 지급단계에서의 부당지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가 ICPS를 통해 자동차사고의 피해자 중 상습적인 보험사기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부연했다.
보험사기 전담반을 꾸리는 방법도 제안했다. 현재 보험사고는 경찰수사 업무에서 후순위로 배치되는 경향이 있는데, 전문 전담반이 있다면 집중적인 수사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수사자문위원 제도가 있는데, 보험사기 분야에도 동 제도를 활용하여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주장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사기꾼의 꾐에 빠지거나, 사기임을 알면서도 ‘공짜’ 유혹에 보험사기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보험소비자들은 대체로 하루이틀 정도 더 입원하는 가벼운 수준의 보험사기에는 눈을 감는다고 보험연구원은 설명했다. 보험소비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보험사기 교육 등이 대안으로 꼽혔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