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 직장인 A씨는 '적금 유목민'이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26주 적금이며 소액 적금, 모임통장 등 갖가지 은행 상품을 개설했지만 정착하지 못했다. 매달 돌아오는 카드 대금일은 어찌나 빡빡한지, 카드값을 메우느라 적금을 깨기도 일쑤다. ‘돈 모아야지’ 마음을 다잡고도 수시로 긴급출금과 적금 해지 버튼을 누르던 A씨는 문득 불안해졌다. "적금, 너무 많이 깨도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게 아닐까?"
#2. 사회초년생 B씨는 1년 전 개인신용등급을 조회했다가 깜짝 놀랐다. 여태껏 대출도, 신용카드도 없어 당연히 1등급인줄 알았던 신용등급이 5등급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개인신용거래 이력이 없어서 신용등급이 낮게 책정됐다는 사실을 안 B씨는 신용카드를 개설해 총 한도의 30% 이내로 사용하고 연체 없이 반환하며 신용점수를 챙기고 있다. B씨는 시시때때로 신용등급을 확인하다 친구에게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핀잔을 들었다.
인터넷은행과 비대면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적금과 예금 가입이 전에 없이 쉬워졌다. 집 안에서, 길을 걷다가도 몇 분만 투자하면 적금 상품에 드는 시대다. 해지도 그만큼 빠르다. 전처럼 은행에 찾아가 창구 순서를 기다리고, 적금 해지 지류를 작성해 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돈이 모자랄 때면 참기보다는 적금 해지에 손이 간다.
카카오뱅크 등 디지털 금융사가 간편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B씨처럼 자주 신용점수를 확인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이렇게 적금을 개설하고 자주 해지하거나, 금융 앱으로 간편 신용조회를 반복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까?
아이뉴스24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2곳에 모두 문의한 결과 적금 해지와 개인신용등급 조회는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개인신용평가는 말 그대로 '신용'을 전제로 한 거래만을 두고 평가해서다. 예적금은 돈을 빌리고 상환하는 일인 신용거래가 아니므로 평가 항목에서도 제외한다.
은행의 자체평가 요소로도 예적금 인출이나 파기, 간편 신용정보 조회는 반영하지 않는다. 복수의 외부 신용평가사 신용점수에서 평균값을 얻어 기본값으로 사용하고, 소비자가 주거래고객으로 분류된다면 긍정적 평가를 보태는 방식이다.
개인신용평가 반영 요소들은 대출과 연체 기록, 공공요금 납부 실적, 신용카드 사용 등이다. 구체적으로 긍정적 요소로는 ▲대출금을 연체 없이 상환한 이력 ▲적정 금액(통산 한도의 30% 내외)을 신용카드로 연체 없이 사용 ▲통신이나 공공요금을 성실히 납부한 실적 등을 따진다.
부정적 영향을 주는 항목은 ▲10만원 이상을 5영업일 이상 연체 ▲소액이더라도 반복 연체 ▲신규대출 및 대출건수 증가 ▲2금융권 대출 ▲과도한 현금서비스 사용 등이다. 쉽게 말해 10만원짜리 적금을 매주 깨는 일은 아무 영향도 주지 않지만, 5만원의 카드 대금을 두 번 연체하면 연체정보가 등록돼 신용점수를 깎는다.
앞으로 개인 금융패턴을 심사하는 비금융정보 신용정보업이 활성화되면 예적금 인출, 파기 이력도 일부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개방한 비금융정보 CB는 신용등급의 보조수단일 뿐 가장 유효한 평가수치는 아니다.
반면 같은 비대면 거래이더라도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 신청, 해지 등은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 이미 상환할 대출이 있는데 반복적으로 대출을 받거나, 여러 금융사에서 단기간에 많은 대출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짧은 기간 내에 신용카드를 여러 번 신청해도 좋지 않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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