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위스키 업계 침체로 수입 맥주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가 '기네스'를 이을 주력 제품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경우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올해 수입 맥주 제품군을 확대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최근 선보였던 제품들이 시장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일부 제품의 수입을 중단하는 등 위기에 놓여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8월 말 라거 맥주 '하프'와 에일 맥주 '킬케니'의 수입·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하프'와 '킬케니'의 캔 제품들은 재고 처리가 되고 있는 상태이며, '킬케니'는 업소를 중심으로 새맥주용 케그(맥주 저장용 통)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하프'와 '킬케니' 재고를 반품하려고 디아지오 측에 연락한 결과 수입이 중단돼 같은 제품으로 교환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결국 해당 수량만큼 '기네스'로 제품을 교환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디아지오가 해외에서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는 '기네스'를 비롯해 '터스커', '스미딕스', '하프', '킬케니', '빈트후크', '홉 하우스 13', '록쇼어' 등 10개 미만으로, 국내에는 현재 '기네스' 흑맥주(스타우트)와 '홉 하우스 13' 라거만 판매하고 있다. 이경우 대표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맥주 매출 비중을 3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비하면 제품군이 충분치 않은 상태다.
당시 이 대표는 "'기네스'가 속한 스타우트 시장의 성장세가 한계가 있어 다른 맥주 제품을 들여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내 수입맥주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디아지오 전체 매출에서 20% 정도인 맥주 비중을 내년에는 30%,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수입 맥주 성장세에 맞춰 지난 2015년 에일 맥주 '킬케니', 2016년 말 라거 맥주 '하프' 등을 선보이며 사업 강화에 적극 나섰지만, 이 제품들은 디아지오코리아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일 정도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다만 디아지오코리아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기네스'는 국내 스타우트 시장 점유율의 75~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디아지오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4~25%에 달한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하프'와 '킬케니' 캔 제품의 수입을 지난해 8월 말~9월 초쯤 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서 반응이 미미해 이들 제품의 수입을 중단한 대신, '기네스'와 최근 론칭한 '홉 하우스 13'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유통하는 수입맥주 브랜드들의 존재감이 작아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홉 하우스 13'을 이을 새 맥주 브랜드 출시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가 맥주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후 디아지오가 보유한 '블랙라거', '니트로IPA', '블론드 아메리칸 라거' 등의 기네스 제품도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관측했으나, 현재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상 맥주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려면 더 많은 브랜드를 유통시키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디아지오는 '기네스'로 일단 스타우트 맥주 시장에 자리 잡았지만, 이후 선보인 브랜드들은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수입 브랜드들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디아지오가 수입맥주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도 많이 줄었다"며 "기네스 이후 히트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당분간 새 브랜드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일단 지난달 출시한 '홉 하우스 13'이 시장에 자리잡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홉 하우스 13'은 디아지오가 2016년 11월 말 이후 2년 2개월만에 출시한 신제품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주요 지역 13개 펍을 통해 선보여졌다. 또 올 상반기 중에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채널을 겨냥한 캔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네스'의 점유율을 더 높이고 '홉 하우스 13'이 시장에 안정되는 것에만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맞는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