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대책으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는 느려졌지만 그만큼 금융권의 순익 벨트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가 높다. 은행업계는 지난해 실적의 고점을 찍었지만 올해는 가계부채 규제 등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와 보험업계 등 2금융권은 가계부채 외에도 악재가 산적해 금융가 전체에 한파가 불고 있다.
◆'코픽스 쇼크'에 떠는 은행업계…대출규제에 여신사업 '빨간불'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고지에 오른 은행권의 순익이 올해는 내리막길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7월부터 시작하는 코픽스 대출금리 산정체계 변경이 가파른 산이다. 금융당국은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결제성 자금과 정부, 한국은행 차입금 등 그동안 반영하지 않았던 지표들을 코픽스 금리 산정에 포함한다.
코픽스 금리는 현행보다 0.27%포인트(p) 줄어든다. 가계대출은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삼아 코픽스가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도 하락한다.
금융당국의 추산에 따르면 코픽스 금리가 개선되면 은행권의 연간 순이익은 1조3천억원 떨어진다. 국내 변동금리 가계대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의 절반이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전환된다는 가정에 따랐다. 신규 코픽스 대출이 모두 잔액 코피스 대출로 바뀌면 연간 손실액은 2조원으로 불어난다.
절대 대출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은행으로서는 악재다. 시중은행들은 신규 대출 취급액 중 DSR 70% 초과대출은 15% 이내로, 특수은행은 25% 이내로, 지방은행은 3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등 정부발 가계대출 규제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금융사의 가계대출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향후 이자이익도 불투명해졌다.
1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월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월 한 달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천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감소세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동향을 기록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연구원이 전망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도 축소 흐름과 다르지 않다. 금융연의 추정치는 2.7%로 지난해 추산치인 4.81%에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대출 증가율도 4.81%에서 내년 4.74%로 떨어진다. 연구원은 내년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9조8천억원으로, 올해 11조8천억원과 비교해 2조원 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은행의 '2019년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 전망'에 따르면 은행의 순이익을 구성하는 핵심인 순이자마진의 개선은 올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의 순이자마진은 2016년 3분기 1.54%까지 떨어진 후 2018년 2분기에 1.67%까지 회복했으나 올해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고 산은은 진단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둔화하고,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산은은 설명했다.
◆'급한 불' 따로 있는 2금융권…대부업은 여전한 '풍선효과' 위기론
2금융권의 업황도 어둡다.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순익 악화를 기본으로 업계마다 대형 악재가 자리를 잡아서다.
2금융권의 대출에도 DSR이 시범적용돼 지난 1월 대출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4천억원 늘어 1년 전에 비해 증가폭이 1조9천억원이나 감소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카드수수료 논란에 허우적대고 있다.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업계의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지난해 카드업계의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정부가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현실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대형가맹점과의 다툼은 오롯이 카드사의 몫이다.
간편결제 플랫폼에 힘이 실리면서 카드업계의 입지도 좁아졌다. 금융당국은 신용결제 기능이 없어 카드업계와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리라고 전망했던 제로페이에 일정 한도의 후불결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허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업계는 결제 시장을 간편결제와 나눠야 한다. 간편결제 이용자에게 신용카드 고객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하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보험업계는 손해율은 오르고 보험영업의 힘은 빠지면서 지난해 순익이 축소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총 7조2천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7.4%(5천8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여기에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자본 포트폴리오를 수차례 수정해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숨은 지표'인 대부업 대출도 가계대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 규제로 제도권 내 금융사가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수요가 아래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진행 중이다. 2018년 여신 거절로 사금융으로 떠난 차주의 수는 45~65만명까지로 추산되며 이용 규모도 5조7천억원에서 7조2천억원으로 상당하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집계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대부업체 이용자들이 대부업체를 찾은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은 '필요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충당할 수 없어서'(63.5%)가 차지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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