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오비맥주가 다음달 4일부터 '카스'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키로 하면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맥주 제품 가격 인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업계 1위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 주자들도 뒤따르는 게 관행이지만, 이르면 다음달 주세법 개정이 맞물려 있어 당장 올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다음달 4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 이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천147원에서 1천203.22원으로 56.22원(4.9%) 오르게 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가 이번에 맥주가격을 올리면 2016년 11월 6% 인상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앞서 오비맥주 모회사인 AB인베브도 지난 1월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레프, 코로나 등 글로벌 브랜드 맥주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맥주 가격 인상으로 하이트·테라 등을 판매하는 하이트진로와 클라우드·피츠 등을 판매하는 롯데주류도 조만간 맥주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월부터 주류 가격명령제가 폐지되면서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주류 가격을 인상할 수 있게 된 것도 업체들의 부담을 줄였다"고 말했다.
주류 가격명령제는 국세청이 필요시 주류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로, 올 초 폐지됐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과 사전 협의를 필요로 했던 과거와 달리 업체들이 원하는 시점에 자율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 가격 인상은 기업이 우선 실시한 뒤 사후에 신고만 하면 된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도 맥주 가격 인상을 두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일단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당분간 맥주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다음달 주세법 개정을 두고 복잡한 '수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소주·맥주가격 인상이 없는 선에서 조만간 기존 '종가세'를 폐지하고 '종량세'를 도입하는 등 주세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산 맥주는 세율이 낮아져 오히려 출고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을 인상하면서 하이트와 롯데도 제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검토했지만, 다음달 주세 개편안이 맞물리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 하다"며 "하이트도 테라 가격을 하이트와 동일하게 책정한 것을 보면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세 개편이 이뤄지면 국산 맥주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오비맥주가 이를 앞두고 오히려 맥주 가격을 올린 것은 무리수를 둔 결정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스를 확보하기 위한 도매상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가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오비맥주가 최근 경쟁사의 신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이번 가격 인상을 실시해 도매상들이 카스를 사재기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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