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CJ제일제당이 60년 간 쌓인 발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립한 친환경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1위 바이오기업으로 비상하겠다는 계획을 27일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바이오 분야 R&D 투자 금액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렸으며, 항생제 대체 소재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도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에서사료용 아미노산에 대한 'R&D Talk' 행사를 열어 친환경 발효 공법을 소개하고, 올해 바이오 연구개발 분야에 약 8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30억 원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바이오산업은 크게 레드·화이트·그린바이오 등 3분야로 구분된다. 레드바이오는 바이오 제약사업을, 화이트바이오는 바이오 에너지와 바이오 공장,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말한다.
CJ제일제당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그린바이오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각종 유용한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으로 바이오식품·생물농업·미생물 등 식물 기반의 기능성 소재·첨가물 등을 만들어내는 분야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소영 CJ제일제당 바이오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CJ제일제당은 국내 독보적 1위 식품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린바이오, 특히 사료용 아미노산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최대 수준의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매출 95%가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세계 10개 생산거점과 37개 영업법인을 가진 진정한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바이오사업 매출은 총 4조8천889억 원으로 총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그린바이오사업이 2조7천157억 원으로 바이오사업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1조4천782억 원을 기록한 이래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린 바이오 시장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의 다양한 품목별 시장으로 이뤄져 있다. 메치오닌, 쓰레오닌 등 '사료용 아미노산'과 핵산이나 MSG 등의 '식품조미소재' 등이 주 품목이다. 최근에는 알지닌 등 특정 효능의 건강 식품에 사용되는 '기능성 아미노산'과 함께 미래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 등도 새로이 조명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중 미생물 발효를 기반으로 전세계 80여개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라이신·트립토판·핵산·발린·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은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이는 1991년 첫 해외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서 라이신 생산을 시작한 뒤 2000년 쓰레오닌, 2010년 트립토판, 2014년 발린에 이어 2015년 세계 최초로 L-메치오닌을 생산하는 등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마련한 결과다.
CJ제일제당이 생산규모와 시장점유율 모두 1위에 올라 있는 '라이신'은 동물 사료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필수 아미노산은 생명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약 20개의 아미노산 중 체내 합성이 불가능한 아미노산을 말한다.
김 소장은 "CJ제일제당은 중국 2개, 인도 1개 등 전세계에 라이신 생산 공장 5개를 지역마다 가지고 있다"며 "가장 근거리에 가장 고품질 라이신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축은 사료에 포함된 콩·옥수수 등으로 섭취가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곡물만으로는 성장에 필요한 라이신을 충분히 공급받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제품화된 라이신 첨가를 통해 영향 균형을 조절하고 동물 생육을 촉진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이 세계 최초로 생산한 L-메치오닌도 주목할 만 한 제품이다. 아미노산에는 천연 아미노산인 L형태와 합성 아미노산인 D형태가 있으며, 이중 L형태의 아미노산만이 자연계에서 직접적 단백질 원료로 활용된다. CJ제일제당이 L-메치오닌을 생산하기 전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합성과 천연이 혼합된 DL-메치오닌만 생산하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L-메치오닌은 체내에 흡수되어 아미노산으로서의 기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 측정하는 '상대적 생체이용률'에서 DL-메치오닌 대비 20~40% 이상 우수함이 입증된 제품이다.
김 소장은 "메치오닌을 생산하는 모든 회사는 화학 공법을 통해 생산한다"며 "발효 공법으로 메치오닌을 생산해보자는 목표로 10년간의 연구개발을 진행했으며, 원당을 이용한 발효 공법으로 양산에 성공해 2015년부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사료용 아미노산에서 기능성 아미노산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 맞춰 신규 아미노산 개발에 속도를 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2016년에는 '시스테인'의 친환경 공법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으며, 2017년에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히스티딘'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근육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소류신' 양산에 착수했다. 세 품목 모두 친환경 발효공법이 적용됐다.
신사업 확장도 꿈꾼다. CJ제일제당은 발효를 통해 만드는 천연 맛소재, 신규 영양소재, 효소 등에도 바이오 공법을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에 공장을 인수해 이미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식물성 단백질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키워 나갈 계획이다.
항질병 영역에도 진출해, 항생제를 대체할 소재와 프로바이오틱스 사업 등을 확장하고자 연구 개발을 진행중이며, 친환경 소재 선호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해 미국 메타볼릭스를 인수하는 등 생분해성 플라스틱 분야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욱 메타볼릭엔지니어링센터장은 "플라스틱 시장은 유가에 따라 제조 원가가 달라지며, 친환경 소재가 원가 우위를 가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연구 개발을 진행중이다"라며 "낮은 유가에도 경쟁력을 갖추거나, 비싸더라도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만한 시장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다가올 시장 변화를 선도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바이오 기업'으로 올라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년 대비 50% 이상 증액한 800억 원을 그린바이오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한다. 투자를 통해 고수익 사업을 성장시켜 자원을 확보하고, 확보한 자원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높인 후 다시 고부가가치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김 소장은 "현재 CJ제일제당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린 바이오 시장 규모는 약 5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인간과 동물, 환경에 친화적이면서도 사업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그린 바이오를 넘어 화이트·레드 바이오에도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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