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5세대 통신(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된 뒤 일일 상한규정을 뒀던 이동통신사들이 이용약관을 잇달아 수정, 관련 조항을 없앴다.
요금제에 '데이터 무제한'이라 해놓고 하루 사용 제한을 걸어 결국 이용자들을 기만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진 탓이다.
하지만 관련 조항은 사용자의 보편적 이용 권리를 보장하는 이른바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규정에 따른 공정사용정책(Fair Use Policy 이하 FUP)으로 사실 정부 이용약관 신고 등 과정에서도 별 문제 없이 통과된 사안이다.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이른바 특정인이 트래픽을 과다 사용해 다른 이용자에 피해를 줄 수 없도록 둔 일종의 장치인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망중립성 원칙 등에도 포함된 것으로 사업자로서는 관련 내용을 5G 요금제 약관에 포함시켰다가 여론의 역풍에 밀려 결국 이의 삭제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5G 시대 데이터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향후 불법, 상업적 이용에 따른 트래픽 폭증 등에 따른 일반 소비자의 이용 품질 저하 등 불씨가 될 여지도 남긴 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9일, LG유플러스는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G 데이터무제한요금제 이용약관을 수정신고해 일일 데이터 사용량 상한 규정을 없앴다.
당초 KT는 이틀 연속으로 53GB를 사용할 경우 전송속도를 1Mbps로 제한하고, LG유플러스는 이틀 연속으로 50GB를 사용하면 서비스를 제한하는 규정을 이용약관에 포함시켰다.
5Mbps의 전송속도를 요구하는 풀HD급 영상을 24시간 동안 볼때 필요한 데이터 사용량이 54GB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상한선을 둔 것이다.
추후 풀HD 보다 높은 전송속도를 요구하는 서비스가 보편화되더라도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환경에서 24시간 내내 데이터를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을 보편적인 이용환경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양사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이 같은 하루 사용 제한을 뒀다는 이유로 이른바 '무늬만 무제한',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서둘러 이를 삭제한 새 이용약관을 신고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사용제한은 FUP 일환, 보편적 사용 권한 보장 차원
통신사들은 그동안 무제한 서비스를 활용한 불/편법 방지 정책으로 이용약관에 FUP를 적용해 왔다.
FUP는 정상 고객의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아니라 불법적, 상업적 이용을 막기 위한 이용 조건으로 정상적인 이용 고객에 대한 일종의 보호 장치다. 통상 약관을 통해 고지하고 있고, 이번에 문제가 된 5G 요금제 이용약관에도 반영된 바 있다.
또 이처럼 통신사가 데이터 사용량에 제한을 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이용자의 과도한 트래픽 유발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에 시행된 옛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투명성·비례성·비차별성·기술적특성 등 합리적 판단 기준에 따른 트래픽 관리는 가능하도록 했다.
이 합리적 트래픽 관리는 ▲사이버 공격 및 통신장애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 ▲일시적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경우 ▲관련 법령의 집행을 위해 필요하거나 법령이나 이용약관 등에 근거한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이 기준에서 분류하고 있다.
더욱이 이는 망 사용에 이용자 등 차별을 금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망중립성 원칙 가이드라인에도 기반한다.
방통위가 지난 2011년 말 발표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6조에 따르면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일시적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 요한 경우 ▲국가기관의 법령에 따른 요청이 있거나 타 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5G 데이터무제한 요금제에 하루 데이터 사용량 상한을 둔 것은 각각 이들 규정의 두번째 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약관 신고 때 함께 제출하면 된다. 실제로 KT와 LG유플러스가 이용약관에 넣었던 각각 53GB, 50GB의 일일 사용량 상한 규정은 이용약관 신고 등 출시 과정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는 이용약관 신고사업자이기 때문에 특별한 위법사항이 없다면 받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KT와 LG유플러스가 이용자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 판단 기준 중 '투명성' 규정에 통신사업자가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공개했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트래픽 관리 조치를 시행하는 경우 이용자 등에게 사전 또는 부득이한 경우 사후에 충분히 알렸는지를 포함하고 있다.
양사는 모두 이용약관에 해당 내용을 넣었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나 광고 나 마케팅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아 일각에서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는 "요금제의 이용약관은 상당히 길고 일반 이용자가 읽기 어려운 편"이라며, "이통사가 광고 등을 통해 데이터 상한선과 같은 내용을 적극 알리지 않았다면, 금융상품 판매시 사전고지를 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불완전판매'와 같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후규제를 맡고 있는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자에 고지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살펴봐야 하지만, 요금제 출시 후 과기정통부에 재신고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용자 이익 저해가 나타났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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