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으로 아시아나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상당히 회복됐다고 진단했다. 박삼구 전 금호 회장이 매각에 입김을 불 수 있다는 전망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의 매각가가 부채규모를 상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이동걸 회장은 내다봤다. 부채규모 역시 알려진 7조원의 절반 수준인 3조7천억원대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산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회장의 결단으로 아시아나가 시장의 신뢰를 상당히 회복했다고 본다"며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부당한 영향 행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올 텐데 (박 전 회장의 압력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매각가는 3조7천억원 이하로 봤다. 이 회장은 "일각에서 부채규모가 7조원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라며 부채규모가 3조6천~3조7천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를 모두 털어내는 가격이 3조7천억원으로 사실상의 매각가는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이 회장의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매각 예상대금을 1조6천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기업을 인수할 때에 모든 부채를 다 털어야 하는 게 아니"라며 "자본여력이 있다면 일정부분의 부채는 끌고 가야 하고 일반기업이 굳이 그 돈을 상환할 필요도 없다"고 부연했다.
산은의 자금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채무 전액인 3조7천억원이 유입된다면 안전하겠지만, 정상적으로 자금이 돌아간다면 자산보완 수준이면 되지 않나"라고 응답했다. 오는 25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서는 "그 전에 가시적인 조치가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각 방식은 구주를 파는 동시에 구주를 사들인 대기업집단이 신주도 인수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다. 금호가 보유한 구주 규모는 6천868만8천63주로 33.46%에 해당한다.
이 회장은 "구주를 매각하는 한편 신주로 유상증자를 하기 때문에 인수자금의 상당액이 회사로 유입돼 (정상화에) 활용된다"며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할 때에 구주를 유지한 채 신주를 받는 방식을 활용하는데 아시아나의 경우 박 전 회장의 지분을 정리해야 해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안전장치도 충분하다는 게 이 회장의 진단이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단 1원이라도 손해를 본다면 대주주가 먼저 손해를 다 본 뒤의 일이 될 것"이라며 "(이번 매각이) 대주주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대주주의 책임하에 기업을 살리는 조치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통 매각'을 두고는 "자회사는 아시아나와의 시너지 효과를 의도해서 만든 것으로 판단한다"며 "가능한 한 일괄매각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하지만 매각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분리매각도 협의하에 할 수는 있다"고 전했다.
'겉보기 매각'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아직까지 누가 인수주체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SK, 한화 등의) 인수 후보자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이 왜 박 전 회장의 앞잡이 노릇을 하겠나"라며 "박 전 회장이 항공업계에 기여도가 높은 만큼 마지막 단계에서 (박 전 회장의) 인격을 지나치게 폄하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금호가 구주 매각대금을 다시 아시아나에 투입할 수 있다는 예상에는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지분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매각의) 취지상 허용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또 매수자의 최우선 조건은 인수 가격과 자본력이라고 전했다.
앞서 15일 금호는 산은에 자구계획안을 재차 제출하고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드래그얼롱(Drag-along, 동반매각요청권)과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등을 모두 포함한다.
금호는 이 같은 자구안과 함께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박삼구·박세창 지분 42.7%, 박 전 회장 부인과 딸 지분 4.8%),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33.5%)을 담보로 제공키로 했으며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5천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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