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올해 알뜰폰(MVNO) 업계가 기로에 서 있다. 도매제공의무제도와 이를 바탕으로한 망 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의 지원책이 계속될 수 있을 지 불분명하고, 5세대 통신(5G)을 도입할 준비조차 돼 있지 않은 상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일몰될 예정이다. 도매제공의무제도는 알뜰폰사업자가 원할 경우 이동통신시장의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이 망을 빌려주도록 하는 것이다.
2010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정책 중 핵심이다. 이 의무를 바탕으로 알뜰폰의 망 도매대가 산정시 정부가 대리인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연장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2022년 9월까지 이 제도를 연장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2월 입법예고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아직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의 경쟁 촉진에 중요한 행위자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일몰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개정이유를 밝혔다.
이 법안은 하반기 내에는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규제를 받아 이동통신사업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이동통신사(MNO)가 반대의견을 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개정안이 제때 통과될지는 의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알뜰폰 업계에 대한 지원은 이미 타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매제공의무제도와 대가규제를 모두 실시하는 '규제 과잉' 상황임을 고려해 유통망이나 단말 수급 등 구조적 지원을 통해 알뜰폰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등 경쟁자 등장…5G 준비는 전무
이런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알뜰폰 업계의 경쟁구도에 변화가 올 예정이다. 금융규제샌드박스에서 사업을 허가받은 국민은행이 9월경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이 사업을 알뜰폰이라는 기존 명칭 대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기반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라고 말하며 가격 경쟁보다는 기존 사업자와는 차별화된 판매전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가입자식별모듈(USIM)에 인증서를 저장해 간편인증을 제공하고, 금융상품과 결합해 통신요금 절감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계획이다.
또 70만명 이상의 알뜰폰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CJ헬로가 LG유플러스로 인수를 앞두고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결과에 따라 미디어로그(U+알뜰모바일)와 함께 가입자 100만명이 넘는 1위 사업자가 탄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민은행 측에서 알뜰폰 사업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와 만난적도 없다고 하는데, 기존 알뜰폰 업계의 갱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5세대 통신(5G)이 상용화됐지만, 5G 도매시장이 언제쯤 열릴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는 상태다. 3G와 LTE에서처럼 휴대전화의 음성·문자·데이터의 도매대가를 산정해 요금제를 구성하는 방식을 넘어 5G에서는 사물인터넷(IoT) 등 B2B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하지만 '알뜰폰'이라는 브랜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MVNO사업은 휴대전화 요금제를 이통사보다 싸게 파는 방식이 대부분이고 5G에서는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우선 도매제공의무서비스 대상에 5G가 없고, 스마트폰을 비롯한 단말 수급 문제는 알뜰폰 업계의 오랜 고민거리이다. 만약 5G 도매시장이 열리더라도 지금처럼 단순한 재판매 위주로 알뜰폰 사업이 계속되면 '여전히 어렵다'는 업계의 불평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데이터MVNO'다. 휴대전화 위주의 비즈니스모델이 아니라 비통신분야 사업자들이 직접 망을 도매해 각자의 산업을 통신과 융합하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의 커넥티드카 서비스나 물류, 콘텐츠분야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내부목표로 삼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성과는 지난해 말 37.8%였던 알뜰폰 LTE 가입자를 42%로 늘리는 것 정도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과거의 기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할 때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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