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자로 하나금융지주가 거론되면서 금융업계 순위에도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인다. 하나금융이 하나카드를 인수하면 하나금융과 하나카드 모두 업계 내에서 '빅3'에 안착한다.
카드업계 내에서는 히트 카드를 제작하며 약진한 하나카드와 유통 고객이 주류인 롯데카드의 합병효과도 상당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 롯데카드 안으면 카드업계 '빅3' 달성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19일 마감된 롯데카드 본입찰에 하나금융이 뛰어들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도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하나금융이 가장 유력한 새 주인으로 꼽힌다.
잠정치 기준 하나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우리금융을 제친 3위지만 우리금융과 별다른 차이는 없다. 일회성 요소를 제하면 순익이 다소 오르지만 선두그룹(신한금융 9천73억원, KB금융 8천263억원)과 차이가 크다.
하지만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리딩그룹과의 폭이 크게 줄어든다.
카드업계에서는 '꼴찌의 반란'이 예고된다. 시장점유율 기준 업계 7위를 기록한 하나카드와 5위인 롯데카드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19.4%, 중복고객을 제한다고 하더라도 3위권에 안착한다.
자산규모도 공룡 급으로 커진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사들이면 합병 카드사는 신한카드(29조3천500억), 삼성카드(23조47억)에 이어 카드업계 3위(20조6천374억)를 기록한다. 하나금융 내 하나은행이 짊어진 포트폴리오가 상당한 만큼 합병으로 비은행 근육을 키워야 할 적기이기도 하다.
인수합병의 실현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승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9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은 현재 증자 없이 1조원 정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바라는 롯데카드의 매각가는 1조5천억원이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하나금융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 가운데 주가가 내려가면 적극적인 매수를 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KTB투자증권은 22일 하나금융에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롯데카드 본입찰에 참여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 중으로 긍정적인 투자심리와 주가 하방은 지지될 전망"이라며 "롯데카드는 하나카드에 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낮으나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만하다"고 평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이날 "롯데카드 인수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적극적인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인수까지는 적어도 3~6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까지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실사와 매각가 확정 등의 산을 넘어야 한다.
◆약진의 하나, 유통의 롯데…고객층 달라 시너지효과 '기대'
하나금융은 지주 순위에서도, 카드 순위에서도 오랜 기간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최근 순풍을 달았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2천402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1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내렸지만 일회성 요인의 기저효과를 빼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일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실제 순이익 6천68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며 "현재 분기 충당금 레벨 1천500억원 내외 흐름이 유지되면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2조2천800억원 이상의 순이익 달성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하나카드의 도약도 눈에 띈다. 특히 정수진 전 사장의 작품인 '원큐(1Q)카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큐카드는 초기 흥행에 성공한 데다 꾸준히 잘 팔린다. 지난해 500만좌 판매를 넘겼다.
롯데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모기업 롯데다. 국내 굴지의 유통사와 계열 카드사로서의 시너지가 상당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며 여성회원의 비중도 65%로 다른 카드사와는 다르다. 프로모션과 연계상품으로 고객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의 장점이 뚜렷하게 다른 회사로 합병 시 대형사로의 도약을 기대해볼 만하다"며 "은행계 카드사끼리의 합병이었던 하나카드와 KEB외환카드의 합병과는 또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다가 막판에 이별한 사례도 많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우선인수협상대상자 선정부터 실사, 매각가 조정 등 남은 변수가 많다"며 "인사든, 인수합병이든 결국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금융사 M&A 선례를 봐도 막판까지 화기애애하다가 어그러진 일이 흔하다"고 부연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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