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재계 7위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내년쯤에는 중견그룹으로 전락할 처지다.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왔던 금호아시아나의 추락은 재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경영 환경의 악화가 원인이 됐다면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의 몰락은 오로지 총수였던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점 때문에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진 않다.
그는 2006년 6조4천억원에 대우건설, 2008년에는 4조1천억원에 대한통운 인수를 단행했다. 10위권 언저리를 맴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두 회사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재계 7위까지 올라섰다.
두 회사 인수는 머지않아 금호아시아나를 위기로 몰았다. 인수를 위해 대규모 차입을 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당시 자금 지원에 동원됐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결국 2009년 12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그룹은 공중분해됐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 해체 후 늘 재기를 꿈궜다. 그리고 그룹 재건을 명목으로 2015년 금호산업과 2017년 금호고속 인수에 나섰다. 이때도 자체자금 부족으로 인수금융과 백기사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외부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것이 아시아나항공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간 박삼구 회장이 보여준 경영은 욕망 채우기와 빚 돌려막기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통해 남긴 것이라곤 열심히 일을 해온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게끔 한 것이 전부다. 그룹 계열사들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병들어 버렸다.
금호아시아나의 사례는 여러 화두를 던진다. 특히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는 대한민국 대기업의 고질병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은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개 인수‧합병(M&A)을 선택한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M&A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능력이 전재됐을 때나 할 수 있는 얘기다.
금호는 역량이 부족한 데도 무리하게 M&A에 나서며 위기를 자초했다. 물론 대한민국 재계 역사상 다수의 M&A 성공 사례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금호의 사례는 안 좋은 M&A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
금호를 통해 되새겨야 할 또 한 가지는 경영의 본질적 의미다. 기업 경영은 총수 한 명의 욕심과 야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돼선 절대 안 된다. 경영은 오로지 기업의 성장을 목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을 금호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 투성이다. 그래서 금호의 몰락은 더 씁쓸함을 남긴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생존은 물론 성장하는 대한민국 재계가 되기 위해선 금호가 과거 10여년간 저지른 우(愚)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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