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결국 연기했다. 미국에서 불거진 화면 결함 논란 때문이다. 당초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제품 손상이라고 간주해 제품 출시 연기는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거듭된 점검 끝에 결국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제품들을 미국에서 항공편으로 수거해 지난 주말부터 국내에서 점검을 진행했다. 그 결과 출시를 미루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내부 테스트 결과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예정대로 미국에 오는 26일 출시를 강행할 계획이었다. 화면 결함 논란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 중 상당수는 리뷰어들이 화면 보호를 위해 부착된 폴리머 재질의 보호필름을 강제로 뗐기 때문이라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제품 중 일부는 보호필름과 별개로, 디스플레이 힌지(이음새)를 통해 들어간 이물질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갤럭시 폴드는 접히는 부분이 미세하게 뚫려 있어 이물질이 유입될 개연성이 크다. 또 화면보호막을 떼거나 힌지에 이물질이 유입되지 않았음에도 화면 한쪽이 깜빡이거나 꺼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며칠 만에 태세를 전환해 제품 수거 및 출시 연기를 결정한 것은 단순히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문제 사례만 거론된 것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수한 제품을 검사한 결과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힌지 노출부를 최소화하고 이물질이 들어가는 부분을 개선하는 작업이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사용자들에게 폴더블폰을 주의해서 써야 한다는 안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화면 보호필름을 임의로 제거해서는 안내를 사용자들이 더욱 명확히 볼 수 있게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외관만 보면 자칫 일반적인 액정 보호필름처럼 보일 수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화면 보호필름은 일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강화유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자체로 취약한 디스플레이에 커버글래스를 덧씌워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기존 스마트폰과 같은 강화유리를 당장 폴더블폰에 커버글래스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 현재는 투명 폴리이미티드(CPI) 필름을 사용하고 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현재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경도를 8이라고 한다면 폴더블폰에 쓰이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경도는 5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경도가 약한 만큼 일반 스마트폰을 쓰듯이 쓰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결국 사용자들이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배터리에서 잇따라 불이 나자 기기 전량을 회수하고 생산을 중단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은 "삼성전자가 해당 제품 출시를 지연시킨 것은 성숙함을 보여준다"며 "갤럭시노트7로 인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포브스 역시 "갤럭시 폴드의 연기는 결론적으로 현명한 결정"이라며 삼성전자는 3년 전의 갤럭시노트7 사태를 겪으면서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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