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고(故)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제치고 한진그룹의 원톱을 꿰찼다. 하지만 경영권 확보라는 최종 목표 달성까지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조원태 사장을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직책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승계 작업이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향후 지분 등 재산 상속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란 예상은 일찍부터 나왔다. 장남인 데다 3남매 중 그룹에서 유일하게 등기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구설수에 오른 조현아‧현민 자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 이미지 타격이 적었던 것도 이런 관측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단 아버지의 직책을 물려받으며 표면적인 승계 작업은 완료됐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반쪽짜리 승계에 불과하다. 지분 상속 문제가 남아있어서다. 더욱이 지분 문제와 관련해 외부 세력의 공격 조짐이 나타나며 온전한 승계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의 가는 길을 막아선 것은 지난해 경영참여를 선언한 KCGI(강성부 펀드)다. 올해 정기주총에서도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직을 박탈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KCGI가 이제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CGI는 지난해 11월 9%의 지분으로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올해 주총 직전까지 꾸준히 지분을 확대해가며 영향력을 높여갔다. 주총에서 자신들의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이후로도 차근히 지분을 모아가며 이제는 최대주주를 위협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분 상속 전인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양호 전 회장(17.84%)이다. KCGI는 지난달 15일 1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이달 24일 14.98%로 40일 만에 2.18%를 추가로 사들였다. KCGI와 조양호 회장 간 지분율 차이는 2.86%까지 좁혀졌다.
KCGI의 지분 매입은 계속될 여지가 크다. 22일과 23일 52만주를 사들인 KCGI는 이 지분을 매입하는 데 소요된 200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향후에도 보유 중인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KCGI가 단일주주로서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CGI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강도가 날로 강해지고 있지만 조원태 회장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버지의 지분 전체를 상속받는 것도 재원 문제로 쉽지 않은데 KCGI를 대적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 매입에 나서야 하지만 이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로써는 조원태 회장이 아버지 지분 전체를 상속하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양호 회장 보유 한진칼 지분은 24일 종가 기준 지분 가치는 3천878억원이다. 상속세율(50%)을 단순 적용해도 지분 전체를 받으려면 1천939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상속세 납부 시나리오는 3남매가 아버지 지분을 일정부분 나눠 상속한 후 각자가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연부연납하는 것이다. 연부연납은 신고기한 내 전체 상속세 중 6분의 1을 먼저 내고, 나머지는 5년간 매년 6분의 1씩 납부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기준으로 연부연납 시 우선 323억원 정도를 내야한다. 조원태 회장이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한진칼 지분은 79만8천976주이며 시가로 약 276억원이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통상 담보비율(80%) 적용 시 약 221억원을 책임질 수 있다. 약 12% 수준의 지분을 상속받을 수 있으며, 기존 보유분 포함 약 14.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이 상속세를 내는 데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추가 지분을 확보할 자금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앞으로 받게 될 급여나 배당금을 상속세 납부에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공개된 재산 또한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다. KCGI가 지속적으로 지분을 사들이게 된다면 경영권을 완벽히 틀어쥐기는 점차 어려워 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여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지배력을 넓혀가는 KCGI의 입김이 날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완벽히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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