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중국 돼지고기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어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돼지 풍토병으로, 감염률이 높으며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전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육박해 한 번 발생할 경우 양돈 산업에 큰 피해를 끼친다. 유럽의 경우 1960년대 최초로 발생한 후 박멸하기까지 30여 년이 걸릴 만큼 강한 질병이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돼지고기 도·소매가 동향에 따르면 이달 초 평균 돼지고기 1kg의 도매 가격은 4천564원으로 과거 5년간의 같은 기간 평년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후 다소 하락해 지난 22일에는 평년 대비 6.1% 하락한 4천297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00g당 1천684원을 기록하며 평년 가격 대비 8.4% 낮게 나타나 소비 촉진 행사까지 연 바 있던 삼겹살은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다. 현재 삼겹살은 4월 중순 기준으로 소비자가격 1천905원을 기록하며 과거 5년 간의 평년 가격 대비 0.5%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매상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중국 전역 확장 소식에 가격을 올리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는 P씨(57·남)는 "공급가에 변동이 없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지만, 돼지열병이 심각해져 공급가가 오르면 삼겹살 가격도 오르지 않겠는가"라며 "뉴스를 종종 찾아보고 있는데 가뜩이나 불황으로 손님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 가격까지 올라가면 어쩌나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대될 경우 돼지고기를 당분간 먹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C씨(33·여)는 "가격이 올라가서 삼겹살을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불안해 먹지 않을 것 같다"며 "국가에서 아무리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혹시라도 중국산이 섞여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계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로 확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국 내수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 영향을 받아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돼지 사육 마릿수 감소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줄어 중국의 수입량이 증가하면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2019년 국내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모돈이 늘어 지난해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돼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량 감소폭이 확대돼 총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될 경우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므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도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중국·EU 등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시장과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학계 또한 조만간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농식품부는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개학·행락철 등 국내 소비 증가 요인에 따른 것이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시장 영향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 등 주변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현황을 면밀히 주시한 후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중국 등 주변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방역을 철저히 시행할 것"이라며 "현재 발생 중인 상황과 세계 돼지고기 수급·가격 변동사항을 지속 점검중이며, 향후 필요한 경우 적절한 가격 안정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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