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일 취임 1주년을 맞으면서 윤 원장의 지난 1년을 두고 '뚝심'과 '독불장군'의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건한 '호랑이'의 면모를 유지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불만과 소비자보호 기조를 단단하게 뿌리내렸다는 호평이 맞물린다.
윤 원장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걸고 금융업계와 전쟁을 선포한 뒤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보험업계와는 취임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치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꾸준하다.
◆'소비자보호' 칼로 전쟁 선포한 윤석헌
윤 원장과 금융업계의 갈등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암 보험금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 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이라는 강한 단어를 사용했다. 윤 원장은 "사전적·사후적 소비자 보호 장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에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결론도 윤 원장의 기조가 투영됐다.
금융사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며 폐지됐던 종합검사는 이 사건들을 계기로 부활했다. 금감원이 올해 다시 시작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는 대상 금융사를 전면적으로 검수하는 백화점식에서 벗어나 항목 평가로 대상 금융사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종합검사 대상이 됐다는 점만으로도 한 차례 경고 메시지를 받은 셈이다.
윤 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KIKO) 상품에 가입하며 손해를 입은 4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구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의 곧은 심지를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는 인정부터 금융사의 판단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원장의 취임 이후부터 보험 소비자들의 모임인 '보암모'의 목소리가 전보다 자주 등장하는 등 소비자 친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금융사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이상 금융사의 독립적인 결정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고 평했다.
◆금융위와 끝 없는 불화설…예산 삭감에 현안 대치까지
금융위와의 불화설도 잦아들지 않았다. 불화설이 터져나올 때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 원장은 서로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불식되지 않았다.
금감원의 한 해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두 수장의 답변이 대외적인 입장에 그쳤다는 분석도 쏟아졌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올해 금감원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2% 깎인 3천446억원이다. 금감원이 요구했던 3% 인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특히 인건비 상승률이 0.8%에 그쳐 직원 근속연수 등을 가름하면 연봉동결이나 삭감과 다를 바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금융위의 산하기관 경영평가도 기름을 부었다.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기관 중 유일하게 C등급의 성적표를 받았다. 경영평가는 직원들의 성과급과 직결돼 산하기관들이 예민하게 체감하는 수치다. 경영평가의 절대적 요소가 정성평가였던 만큼 금감원의 아우성이 더 높아졌다.
금감원 종합검사 부활을 두고서도 금융위와 입장이 갈린다. 삼바 감리조치안에 대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조치안 수정을, 금감원은 원안 유지를 주장하며 맞선 바 있다. 노동이사제와 은행 대출금리 조작사안에서도 시각이 나뉘었다.
한편 7일 윤 원장은 금융지주 대표와의 모임을 정례화하겠다는 입장과 1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윤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공개 조찬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감독 당국과 업계가 소통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며 "금융지주사 요청에 따라 3개월에 한번 정도 만남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간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앞으로 잘 마무리하고 내실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