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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 업계 1위에서 6위로…'끝 모를 추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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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실책와 트렌드 외면…"배달강화·사업다변화 필수"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피자업계가 건강과 가성비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젊은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한 때 매출 3천억 원을 넘나들며 피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피자헛'은 실적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피자업계 매출 1위는 도미노피자가 차지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는 지난해 매출 2천13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209억 원에 달했다. 매출은 2위 미스터피자의 2배에 달하며, 영업이익은 미스터피자·파파존스·피자알볼로 등 '빅 5'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2위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매출액 1천198억 원, 영업손실 3억7천만 원을 기록했다. 파파존스·피자알볼로·피자에땅이 3위에서 5위를 두고 2016년부터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장 판세를 이어가고 있다.

 [표=이현석기자]
[표=이현석기자]

중위권 혼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때 피자업계의 '상징'이었던 6위 피자헛은 2018년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20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충격을 줬던 피자헛은 2016년 13억 원, 2017년 12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후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장 수 또한 2013년의 331개에서 2017년 314개로 줄어들며 위기에 처했다.

연이은 실적 부진 속에 피자헛을 직접 운영하던 미국 '염(Yum!)'은 국내 투자사 케이에이치아이가 설립한 '오차드원'에 2017년 9월 한국피자헛 지분 100%를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오차드원'은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콘셉트 매장을 오픈하는 등 소비자 친화 전략을 통해 피자헛의 영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진행 중이다. 매장 수 또한 20개를 늘리는 등 공격적 영업 전략을 구사해 회원 수를 확보해 나가고 있으나 아직 과거의 위세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피자헛의 '몰락'은 시장 변화 속에서 여러 내외적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자헛은 타 브랜드들이 배달에 집중하던 상황에 기존 매출만 믿고 레스토랑 운영에 주안점을 뒀다가 성장하지 못했다"며 "이후 배달시장이 대세가 되었을 시점에 방문포장 할인과 점심 피자뷔페 할인 등 프로모션을 남발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985년 이태원 1호점을 오픈한 후 피자헛은 한동안 경쟁자 없는 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 사업자 자리를 지켜온 바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경쟁사가 출현했으며 2000년대에는 피자에땅, 피자알볼로 등 가성비를 앞세운 신진 브랜드들도 연이어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배달을 주력 삼아 고객을 공략해 나갔지만, 피자헛은 이전 시장 선도자 시절의 레스토랑 중심 운영을 포기하지 못했고, 이는 곧바로 실적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불거진 '어드민피 수수료' 논란도 피자헛의 이미지 추락에 한 몫 했다. 피자헛은 중저가 피자업체들이 출현하면서 가맹점 수익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11.8%의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징수해 왔다.

'오차드원'이 인수한 이후에도 이같은 운영 방식에 변화는 없었다. 결국 지난해 말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는 한국피자헛 본사에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며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시장 상황도 피자헛을 돕지 못했다. 타 메뉴 매장을 운영하던 점주들이 하나둘 피자를 부대 메뉴로 끼워 팔기 시작했으며, 기술 발전으로 극적인 품질 개선을 이룬 냉동 피자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프랜차이즈 피자 산업 전체의 침체를 가져왔다.

2016년 90억 원 규모에 불과했던 냉동피자 시장은 지난해 1천억 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1천200억 원 대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은 1조8천억 원을 기록하며 2017년 2조 원에서 10% 뒷걸음쳤다.

이와 함께 혼밥족의 증가, 건강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의 확산도 피자헛에는 악재였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 Y씨(30·여)는 "피자는 혼자 시켜 먹기에는 좀 버거운 음식이고, 건강에도 크게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해 예전보다 많이 먹지 않는 편"이라며 "꼭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가끔 냉동 피자를 사서 먹는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는 피자헛이 과거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서는 메뉴 다변화, 배달 강화, 사업부문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선두 업체들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때 피자헛은 안주한 경향이 있다"며 "피자헛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의지가 있다면 트렌디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배달 역량 강화와 가정간편식(HMR)시장 진출 등 사업부문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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