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2019 아시아 어뮤즈먼트&어트랙션(이하 AAA) 엑스포 참관을 위해 중국 광저우를 찾았다. 국내에서는 사장되다시피 한 아케이드 게임, 즉 오락실 게임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2006년 불거진 '바다이야기' 사태 파장으로 몰락해버린 한국과 달리 중국은 아케이드 게임이 무척 발달한 나라다. 규제도 느슨해 온갖 상상이 그대로 게임 아이디어로 구현된다.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방식부터 특이했다. 중국은 일단 먼저 동전 형상의 '코인'을 구입해야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획득한 결과물에 따라 종이 티켓을 얻을 수 있는데 일정량의 티켓을 모으면 인형 등 경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이는 불법 환전의 우려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는 영업 방식이기도 하다.
AAA 엑스포가 열리는 광저우 일대에는 이처럼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할 아케이드 게임들이 즐비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보다 3배 정도는 큰 규모에 각종 게임기가 몰려 있는 모습은 가히 진풍경이 따로 없었다.
인상적인 어트랙션을 꼽아보자면 먼저 말을 타고 경주하는 게임이 떠오른다. 일반적인 레이싱 장르가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을 운전해 승부를 벌이는데 반해 이 게임은 말 형상의 탈 것을 타고 트랙을 질주하는 방식이다. 핸들 대신 말머리에 부착된 끈을 당겨 방향을 조절하고 말이 달리는 내내 안장이 들썩여 실제 말을 탄듯한 기분을 안겼다. 물론 이 게임은 경마를 모사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심의 자체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게이머가 운전을 하면 앞에 설치된 트랙에 미니카가 달리는 아케이드 게임도 있었다. 모니터에 비치는 화면이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미니카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세상이어서 색다른 몰입감이 느껴졌다. 비슷한 유형으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면 미니카가 달리는 헬스케어 게임도 기억에 남았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인형 뽑기 게임들도 현장에서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특히 AAA 엑스포 현장에는 기계 대신 사람이 공중에 매달려 '집게' 역할을 하고 다른 사람이 이를 조종해 경품을 얻는 게임도 있었다.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신기해하긴 매한가지였다. 국내와 달리 사람 몸집만한 인형들을 뽑을 수 있는 기기들도 다수 있었다.
물총을 쏘아 표적을 맞추는 건슈팅 아케이드 게임도 특이했다. 플라스틱 총을 화면에 발사하면 물이 발사돼 적중시키는 방식이다. 전개는 일반적인 건슈팅과 유사하게 진행되지만 눈에 보이는 물을 발사한다는 점이 대단히 이색적이었다. 유사품으로 물 대신 작은 공을 발사하는 형태도 있었다. 사격을 할 때마다 손에 전달되는 진동이 짜릿했다.
가상현실(VR) 기술이 접목된 어트랙션도 아예 한 관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많았다. 기존 아케이드 어트랙션에 VR 헤드셋을 착용, 몰입감을 제공하는 체감형 게임이 주를 이뤘다. 탑승하면 360도 회전하거나 단체 관광객이 탑승할 수 있는 어트랙션 등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VR 어지럼증과 다소 조악한 그래픽 등 개선점이 보이긴 했지만 VR 어트랙션이 중국에서는 이미 시장을 형성했음이 짐작되고도 남았다.
AAA 엑스포를 관람하며 느낀 것은 중국 게임 시장이 다양하게 발전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 쏠림 현상이 심화된 국내와 달리 중국은 모바일은 물론 PC와 아케이드 게임까지 균형있게 시장을 형성했다는 점이 와닿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 중 하나로 각광받는 VR 기술이 기존 아케이드 어트랙션과 결합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는 국내 VR 시장이 크지 못한 것은 이러한 아케이드 게임이 쇠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AAA 엑스포를 찾은 이승훈 영산대학교 교수는 "국내와 달리 중국은 아케이드 게임 등 장치산업이 발달해 자연스레 VR이 결합되며 성장할 수 있었다"며 "국내와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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