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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코드 코앞인데 …'문체부 vs 복지부' 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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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부처 의견 조율 등 진척 없어…반발도 이어져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과몰입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놓고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며 딴 목소리를 내고있다.

문체부와 복지부는 게임과몰입(중독) 질병화 찬반에서부터 이를 지칭하는 용어, 도입 및 오용 여부 등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 부처가 선언한 공동연구 및 협의체 추진 관련 논의 등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에 관련 부처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와 복지부는 지난 1일 'WHO 게임중독 질병 지정…여러분의 의견은?' 라디오 토론회에 참가해 게임중독 질병 지정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나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소속 조근호 과장(오른쪽 2번째)과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소속 박승범 과장(왼쪽 4번째)이 참석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게임이용, 어떻게 볼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소속 조근호 과장(오른쪽 2번째)과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소속 박승범 과장(왼쪽 4번째)이 참석했다.

복지부 측에서는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을 맡고 있는 조근호 과장이, 문체부 쪽에서는 게임콘텐츠산업과 소속 박승범 과장이 나서 관련 의견을 개진했다.

현재 WHO는 지난 20일부터 스위스에서 총회를 열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 확정을 논의 중이다. 해당 권고안은 확정시 2022년부터 최소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각 나라에 반영된다.

그러나 양측은 '게이밍 디스오더(Gaming Disorder)'를 일컫는 한글화 명칭부터 마찰을 보이는 상황. 복지부 측은 게임중독, 게임이용장애, 사용장애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문체부 측은 게임중독 대신 게임과몰입이라는 명칭을 쓴다.

박승범 과장은 "아직 용어도 통일이 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문체부 차원에서는 중독과 장애에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들어가 있어 이를 순화하기 위해 가치중립적인 과몰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근호 과장은 "사용장애는 중독이 가진 의미를 순화하기 위해 쓰는 국제적인 단어이고, 장애는 단순히 질병이라는 의미로 '장해'와는 또 다른 뜻"이라며 "현재 사용장애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확정한 것은 아니며, 다른 의견도 취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 부처는 게임과몰입의 질병코드 등재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질병코드 도입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지를 두고서도 의견이 갈렸다.

조근호 과장은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토론과 여론조사의 영역이 아니라 전문적인 부분"이라며 "질병코드는 사회적 합의가 아닌 그 사회의 문제를 임상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가 질병에 어떤 자원을 투입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통계로 잡고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호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승범 과장은 "질병코드는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건행정가, 법학자 등이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진단은 의사의 몫이지만 질병코드로 이를 등재하는 것은 의료인만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 전체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게임중독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과잉 의료화 및 오용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박승범 과장은 "게임을 플레이할 때 나오는 도파민은 도박보다 낮고, 낚시를 해도 같은 양이 발생하지만 아무도 낚시이용장애를 말하지 않는다"며 "의학적인 부분을 가지고 사회구성원을 설득하려면 명확한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게임이용장애는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접근성이 낮아 오용이 우려된다"며 "비보험 인센티브 문제 등 과잉의료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토론회때도 이견…부처간 협의는 '아직'

양측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였다. 당시에도 문체부는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복지부는 도입 찬성을 주창했다.

당시 박승범 과장은 "명확한 근거없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결정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게임 사용이 문제라면 이보다 상위인 인터넷 사용부터 질병 분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근호 과장은 "게임이용장애를 겪는 사람이 소수라도 치료나 예방 등은 필요하다"며 "현재는 질병코드 등이 없어 진단을 내리거나 조치를 취할 수 없어 WHO의 질병코드화 등은 필요한 수순"이라는 의견을 펼쳤다.

이처럼 양 부처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현재 각 부처가 추진 중인 부처 간 공동연구 및 협의체 구성 논의 역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각 부처 관계자들은 아직 추진 논의 등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두 부처는 최근 '게임중독세' 추진 여부를 두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문체부 측에서 복지부가 게임중독세를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파장이 일었으나 복지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반발 이어져…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문화연대 등 반대

이와 관련한 게임업계 반발 등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틀 연속 게임과몰입 질병코드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화연대는 반대 성명서를 냈다.

이날 남궁 대표는 "게임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닌데다 게임은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과거의 잣대와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한다면 올해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미래의 원동력이 중독물질로 마감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독을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들은 향후 미래에 세상이 게임적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할 때 대한민국이 놓쳐버리게 된 무궁무진한 기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연대 측은 "게임 질병코드 분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추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므로 찬성할 수 없다'여야 한다"며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일원화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또 "게임산업의 규모, 게임의 사회문화적 영향력과 가치는 다른 이슈에 비해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며 "정부 부처 내 보건복지부 입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부처 간 논의, 국무회의에서의 조정 노력 등의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합의, 공론화 등의 가치와 프로세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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