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이달 말로 예고된 카드사 노조의 파업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요구 사항에 대해 금융당국이 소통을 시작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하며 평행선을 달리던 노조와 당국의 갈등이 일단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모양새다.
30일 사무금융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사 노조는 이달 말로 예고했던 파업 돌입 결정 여부를 잠시 유예했다. 수수료 하한제·레버리지 비율 완화·부가 서비스 축소 등 그간 카드사 노조가 주장했던 요구 사항에 대해 금융당국과 교감이 있었다는 이유다.
◆노조, 지난 4월 "3대 요구사항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총 파업"
카드사 노조와 당국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가 불씨였다. 수수료 개편안은 중소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깎아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그간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9일 데이터 관련 신사업 진출 지원·고비용 마케팅 등의 영업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노조는 미흡하다는 이유로 4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을 예고했다.
기자회견에서 김현정 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은 "금융공투본(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당국의 대책을 상당히 미진하게 생각하며, 추가적인 조치가 없다면 5월 말을 기점으로 총 파업 수순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사 노조가 요구한 사항은 ▲수수료 하한제 제정 ▲레버리지 비율 완화 ▲부가서비스 축소 등 세 가지다.
당시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작년 11월 카드 수수료 개편 당시 금융당국은 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내리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분명히 인상하겠다고 밝혔다"며 "카드 수수료 개편안으로 올해만 8천억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수수료 하한제 등 손실을 보전할 방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레버리지 규제에 대해서도 카드사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버리지 비율이란 자산 매입에 동원할 수 있는 부채의 한도로, 금융위 고시에 따르면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 자본의 10배지만, 카드사만 6배로 적용받고 있다.
이 외에도 노조는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해서도 금감원에서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당국과 방법론을 모색하는 단계…지켜보겠다"
하지만 이달 말로 예고됐던 파업은 잠정 유예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는 이유에서다.
두성학 사무금융노조 여수신업종 본부장은 "(금융 당국과) 3가지 요구 사항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한 상태"라며 "현재 방법론을 찾고 있는 단계인 만큼, 파업 여부에 대한 결론을 이달 중으로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여야 의원들과 접촉해 지속적으로 수수료 하한제에 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하한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국과 풀어가기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다.
두 본부장은 "대형 가맹점의 우월적 지위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에게 수수료 하한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수수료 하한제 법제화 발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당국과 정치권이 공감대를 이뤘다는 전언이다.
두 본부장은 "전면적인 완화는 아니더라도 레버리지 규제를 풀자는 인식이 금융당국과 일부 정치권에 생긴 것 같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신산업 확대를 위해서라도 레버리지 비율은 완화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부동산 등 마케팅에 사용되지 않는 자산도 총자산으로 산입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서비스 축소도 금융당국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노조가 현재 진행되는 논의 상황을 지켜볼 방침인 만큼, 파업에 대한 윤곽은 다음 주 정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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