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기지국과 장비 준공검사 신고 수치를 기준삼아 장비가 기지국에 얼마나 배치돼 있는지를 병기해야 한다."
류정환 SK텔레콤 5GX인프라그룹장(상무)은 26일 서울 을지로 삼화빌딩에서 열린 '5GX 시설수, 품질 바로알기' 세미나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명확한 5G 커버리지 비교를 위해서는 기지국과 장치수를 병기해 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상무의 설명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5G 커버리지 관련 이통3사 경쟁이 치열함에 따라 그에 따른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공인된 공개 데이터가 기지국 및 장치수만 있어, 이를 단순 비교, 커버리지 우위에 따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 5G 커버리지 비교 논란…LTE와 구조 다르고 측정기준 불명확
기지국은 전파를 주고받기 위한 최종 장비가 위치하는 '장소' 개념으로 이해된다. LTE의 경우 하나의 기지국에 실제 서비스 장비는 1개, 무선국 관리 장치인 안테나가 여러대 배치되기 때문에 기지국과 장비가 일대일 매칭됐다. 그 때문에 기지국 수가 LTE 커버리지를 표시할 수 있는 척도 구실을 했다.
하지만 5G는 LTE와는 구조가 달라 기지국과 장비, 장치수의 일대일 매칭이 어렵다.
도로나 지하철 등 이동 환경이 우선시되는 지역에는 대략 360도를 커버할 수 있는 5G 패시브 장비인 8Tx 장비를 사용한다. 이 장비의 경우 8개의 안테나마다 8개의 앰프별 출력 포트를 가지고 있어, 장치 수를 측정할 때 '8개'로 잡힌다.
이에 비해 도심 지역 등에 주로 구축하는 32Tx 장비는 32개의 안테나를 가지고 있으나 앰프 출력 포트가 1개이기에 장치 수로는 '1개'로 잡힌다. 성능면에서 더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장치수로 환산했을 때 무려 8배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게다가 5G 도심 환경에서는 기지국 수보다는 기지국에 위치한 장치 수가 더 중요하다. 32Tx 장비의 경우 대략 120도의 빔 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을 360도로 커버하기 위해서는 약 3개 가량의 장치가 배치돼야 한다. 1개 기지국에 1개의 장치만을 위치시켜 안정된 환경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서비스 지역으로 표시할 수 있는 셈이다.
즉, 도로나 지하철 등을 우선 구축하겠다고 밝힌 이통사의 경우 8Tx 장비를 다수 구축함에 따라 경쟁사 대비 월등한 장치 수를 나타낼 수 있다.
우선적으로 지역을 넓히는 전략이라면 1개 기지국당 1개 장치만을 배치할 수도 있고, 확산이 늦더라도 보다 완벽한 커버리지 환경을 만들겠다면, 1개 기지국에 여러 장치를 배치하면서 천천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도 불명확하다. 장비 구축 과정의 어느 지점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수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장비 개통은 무선국 개설 신고와 준공 신고 등의 절차를 거친다.
우선 이통3사는 기지국 및 장치 구축을 위해 전파관리소에 '개설 신고'를 한다. 과기정통부가 취합하는 자료는 이 신고건수를 기준 삼고 있다.
하지만 이후가 실제 환경 전파관리소에 '개설 승인'이 떨어지면 그 때부터 설치 공사를 시작해 실제 구축에 나선다. 설치가 끝나고 최적화 작업을 병행하는 동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 '준공 신고'를 내면 정부 인력이 현장 '준공 검사'를 해 최종적으로 '개통'이 이뤄진다.
즉, 고객이 받는 5G 서비스는 개통이 이뤄진 후부터이기 때문에 5G 커버리지를 논할 때도 개통을 기준 삼아야 더 명확하다. 하지만 개통건수는 각 이통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알기가 어렵다.
류 상무가 기지국 및 장치 수 기준으로 '준공검사'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 상무는 "개통 등은 이통사가 임의적으로 하기 때문에 불명확하고, 정부의 공인을 받은 객관적 데이터 중 개통에 가장 가까운 단계가 '준공신고'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8Tx 장비의 장치수 집계방식은 조만간 바로잡힐 예정이다. 류 상무는 "이통3사와 정부도 서로 (8개로 집계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라며, "8개를 한개로 묶어주는 결합기를 개발했고 내주부터 테스트가 들어가 1~2개월 내로 현장 적용해 수치를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5G 장비 구축 전략에 따라 춤추는 커버리지…'기지국(장치구축비율)' 대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22일 기준으로 취합한 통신3사 5G 기지국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1만5천935곳, KT는 2만1천775곳, LG유플러스가 2만1천736곳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신고 장치수의 경우에는 SK텔레콤이 4만2천438개, KT가 6만3천41개, LG유플러스가 2만8천122개다.
우선 과기정통부의 자료는 기지국 및 장치 신고건수를 기준 삼았기 때문에 실제 이통3사가 구축해 개통된 수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동일 자료에 '통신 3사 5G 기지국 준공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1만3천617곳, KT는 2만505곳, LG유플러스는 2만1천487곳으로 신고건수보다 준공신고 건수가 더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설명한대로 기지국과 장치수를 통해 5G 커버리지를 유추한다면 각 이통사의 커버리지 전략을 파악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기지국 신고건수는 타사 대비 적은 편이지만 장치수는 LG유플러스의 약 2배 수준이다. 즉, 하나의 기지국에 여러 장치를 배치해 높은 품질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
KT는 기지국 수는 비등하나 타사 대비 많은 장치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재 하나의 장비당 8개의 장치가 집계되는 8Tx 장비가 다수 배치돼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도로나 지하철 등 이동환경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커버리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기지국과 장치수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품질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즉, 현재 5G 커버리지 비교분석은 1, 2등을 구분하는 월등한 품질의 척도가 되기 보다는, 5G 초기 시장의 과도기적 상황을 드러내주는 표지로 각 사의 커버리지 전략을 확인하는 정도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5G 품질 공방이 가열됨에 따라 소비자 혼동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5G 커버리지 품질 비교를 해야 한다면, 각 기지국마다 몇개의 장치가 배치돼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 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이같은 판단은 8Tx 장비의 올바른 집계가 선행돼야 한다.
류 상무의 지적대로 기지국과 장치수를 병기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또는 기지국당 장치수 배치비율 등을 공개하는 것도 제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경우 '기지국(장치수)' 방식으로 '1만5천935곳(4만2천438개)'으로 표시하거나 또는 '기지국(기지국당 장치수 배치비율)' 방식으로 '1만5천935곳(1:2.7)' 등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류 상무는 "LTE 때는 1년도 안돼 전국망을 빨리 갔기 때문에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라며, "5G는 초기 단계로 제3자가 품질을 측정하기에는 모수가 적고, 공인된 기관에서도 아직 시점이 이르다고 판단할 것이기에, 이와 상관없이 제대로된 품질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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