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개시한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비롯해 중국 양대 조선사 합병 등의 변수가 심사에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기업 결합을 위해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중 일본과 유럽연합(EU)·중국·카자흐스탄 등 5개국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추가적으로 기업결합 대상 국가를 검토해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국가별로 상이하지만 각 경쟁당국이 매출액, 자산, 점유율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들 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 해외 공정당국 한 곳에서라도 반대하면 두 회사의 합병은 자칫 무산될 수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측은 EU의 반대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EU는 해운 시장이 크다보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EU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 발주사들이 공공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견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경제보복 차원에서 국내 반도체·소재 기업 등에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공정당국이 반한(反韓) 감정을 이유로 최대한 시간을 늦추는 등의 방향으로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 경쟁력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을 왜곡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최근 불공정무역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또 제기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의 양대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가 합병을 추진하는 것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조선소는 전략적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관련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도 합병시 한국 정부에 기업합병심사 신청을 해야 한다.
이들 조선사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연간 매출규모는 총 5천80억위안(약 86조2천94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를 합친 것보다 2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는 각국의 법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산업적인 측면이 많이 고려되겠지만, 감정적인 부분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킨다든지 조건을 추가해 자국 조선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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