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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저금리에 쓴 맛 본 생보사…하반기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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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생보사 실적,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암울'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저금리 영향으로 올 상반기 암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반기엔 지난 7월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는데다, 추가 금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5개 주요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오렌지라이프·농협)의 당기순이익은 1조4천9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2조3천406억원) 36.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 현판 [사진=아이뉴스24 DB]
생명보험사 현판 [사진=아이뉴스24 DB]

◆저금리 기조에 운용수익률↓…저축성 보험 판매도 줄여

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이 전년 동기 대비 47.7% 감소한 7천566억원 ▲한화생명이 61.9% 감소한 934억원 ▲오렌지라이프가 19.9% 감소한 1천472억원 ▲농협생명이 75.8% 감소한 12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생보사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생보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바탕으로 채권 등에 투자하는 등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에선 보험사가 선호하는 안정자산인 국고채 금리도 낮게 유지 돼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말 2.14%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 6월 말 1.47%까지 떨어졌다. 또 생보협회 월간생명보험 통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성과를 나타내는 업계 평균 운용자산이익률도 2016년 3.9%에서 올 5월엔 3.6%까지 하락했다.

삼성·한화생명 같은 대형 생보사의 경우 더 어렵다.

대형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5~9%대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확정형 상품이라 생보사들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국면에서도 5~9%대의 금리를 적용해 보험금을 쌓아야 하지만, 자산 운용에서의 수익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어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올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보험금 적립금 중 금리확정형 상품의 비중은 40%, 한화생명은 49.4%다.

교보생명도 1분기 기준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50.6%다. 올 상반기 단기채권 매각이익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어난 4천819억원을 달성했지만,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운용자산수익률이 4%가 안 되는 상황에서 5~9%짜리 확정 금리 상품에 대한 보험금을 쌓으려 하니, 대형 생보사는 많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벌어들인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역마진'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저축성 보험 대신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부터 도입될 IFRS17에선 저축성 보험이 부채로 계산된다. 따라서 보험사로선 회계 도입에 앞서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고 대체재인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는 게 추후 부채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다만, 보장성 보험의 경우 월납 보험금이 저축성 보다 20~30% 가량 적어 단기적으로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 보장성 보험의 연납화 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한 반면, 저축성 보험은 8.4% 줄었다. 삼성생명 또한 보장성 보험의 연납화 보험료는 10.3% 증가했고, 저축성은 58.1% 감소했다.

연납화 보험료란 모든 납입 형태의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으로 영업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하반기 실적도 '흐림'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당장 하반기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18일 종전 1.75%에서 0.25%포인트(p) 내린 1.50%로 기준금리를 결정했다. 8월 12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전인 6월 말 1.47%에서 1.18%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솔솔 나오고 있다. 국내 경기회복 둔화세가 지속되는데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외생변수가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는 탓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아직까지 정책 여력이 있다고 밝힌 것도 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산업은행도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까지 2회 정도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시장금리에는 이 같은 추가 인하 전망이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보험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고,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가 인하됨에 따라 한국 금리도 인하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되면 보험사의 수익과 재무건전성은 악화될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보험사로선 자본금도 확충 부담도 생긴다. 새 국제 회계기준인 IFRS17에선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가 미래에 얻을 이자율인 '할인율'도 동시에 떨어져 부채가 늘어난다. 따라서 보험사는 새 회계기준 상의 재무건전성 요건을 맞추기 위해 미리 자본금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

임 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수익 악화, 중장기적으로는 지급능력의 악화를 초래하는 만큼, 보험사로선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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