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일본 정부가 28일부터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백색국가,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전략물자 1천120종 품목과 비전략물자 중 무기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70여종의 캐치올 품목이 일본 수출규제의 사정권으로 들어갔다.
◆日,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발효…韓 일반포괄허가→개별허가 대상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안은 이날부터 발효된다. 일본은 이 정령 개정안을 지난 2일 내각회의 결정 이후 7일 정식 공포했다.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적 대화 제의를 거부한 가운데 이번 수출규제 사태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한국측 종료로 정령 개정안은 예정대로 시행 수순에 들어갔다.
백색국가는 미사일통제체제(MTCR), 바세나르협정(WA), 핵공급국그룹(NSG), 호주그룹(AG) 등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위한 4대 국제협약 가입국들로 한국을 제외하면 26개국이다. 한국은 이들 협약에 모두 가입돼 있지만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비백색국가로 분류된다.
전략물자는 미사일, 바이러스, 우라늄, 원자로 등 대량살상무기와 직결된 민감품목 263개, 공작기계, 반도체, 정밀화학, 통신장비 등 산업현장에서 더 많이 활용하지만 군사적 '이중용도'로 사용가능한 857개 비민감품목으로 이뤄진다. 그 외에도 대형발전기, 원심분리기, 동결건조기처럼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있는 캐치올 74개 품목도 수출통제 대상이다.
백색국가군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이 비민감품목, 캐치올 품목에서 3년마다 1번 허가를 받는 수출우대인 '일반포괄허가'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일본 정부가 인증한 전략물자관리 자율준수업체(ICP)가 아닌 이상 계약건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포괄허가 시 1주일여 심사기간은 최장 90일까지 길어지며 일본 정부의 재량에 따라 심사가 지연되거나 허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소재 3종은 아예 개별허가 대상으로 못 박은 경우다. EUV 포토레지스트 2건을 제외하면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허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은 물론 정밀화학, 공작기계, 자동차 부품 등 산업현장에서 이같은 개별허가 추가 지정 가능성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디 필수소재 3종 맞먹는 추가규제 가능성 '글쎄'
일본은 지난 7일 공포 과정에서 국내 예상과 달리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았다. 1천300개 ICP 기업 명단은 도요타, 미쓰비시, 히타치, 소니, 파나소닉, 마루베니, 이토추 등 일본 수출주도 기업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당장은 비백색국가 수출에도 부여하는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얻을 수 있어서 백색국가 제외 이후로도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일본의 경제여건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이다. 일본의 7월 전체 수출액은 6조6천432억엔으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로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의 직격타로 일본 핵심 수출시장인 대중국 수출 감소가 주 원인이다.
같은 달 무역수지는 2천496억엔 적자로 한국은 지난해 일본에만 30조원 가까운 흑자를 안 겼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강도가 세질수록 일본의 무역수지는 더 악화된다.
더구나 오는 10월 현재 8% 수준인 소비세의 2%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는 데다 최근 타결된 미일 무역협상에서 일본은 미국 농산물 70억달러어치를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정작 최대 쟁점인 자동차는 물론 철강·알루미늄 부문의 관세 양보는 얻어내지 못했다.
수출규제 확대가 아베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낙관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상, 광범한 수출품목에 대한 직접 규제의 사정권은 열어뒀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수출허가 과정에서 심사를 지연하거나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수 있는 데다 추가적인 개별허가 품목 지정 가능성도 상존한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상근자문위원은 "당장 (개별허가 품목 추가지정 등) 수출규제 강화는 아베도 부담스럽다"면서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로 인한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처분 등 과거사에서 추가적인 이슈가 불거질 경우 아베 정부에게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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