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노조 반발로 임금체계 개편에 난항을 겪으면서 무더기로 최저임금법을 어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노사 합의 없는 상여금 분할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은 위법으로 판단하면서다. 이로써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겠다는 기업의 경우 초비상이 걸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취업규칙 변경 신고에 대해 반려했다. 노조법에는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은 무효로 한다'고 명시됐다. 노조와 협의해 단체협약을 변경하지 않은 채 취업규칙만 변경할 경우 위법소지가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앞서 현대차 울산·전주·아산 국내사업장을 비롯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6월 두달마다 주던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위반 해소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안'을 관할 고용청에 신고한 바 있다.
현대차와 현대제철 노동자 평균연봉은 각각 9천200만원, 8천4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정 유급휴일의 근로시간 합산 등의 이유로 노동자의 시급이 최저임금(8천35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를 보전해주고자 기본급을 올릴 경우 다른 수당까지 자동으로 인상되면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건비 폭탄을 맞아야만 한다. 결국 현대차그룹 사측은 두달에 한번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나눠 임금에 포함시키는 '고육책(苦肉策)'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는 사측의 이같은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노사간 합의로 만들어진 단체협약이 우선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지난달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격월로 지급되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한 기아차 화성공장 협력업체 8개사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심지어 고용당국은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더라도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에 8개사 대표를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해 송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단체협약이 있을 경우 노사 합의를 통한 단체협약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사측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연봉 직원들의 기본금을 인상하든지, 노조를 설득해 상여금 쪼개는 내용의 단체협약 개정을 반드시 이뤄야만 하게 됐다. 현대차는 최근 노사가 서로 양보해 단체협약 개정을 가까스로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은 여전히 노조의 반발에 막혀 있는 상태다. 현대제철은 이날 일방적 취업규칙 시정명령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로써 재계 내 '최저임금발 쇼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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