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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한도 못 채우고'…갤러리아면세점 3년 반만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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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200억 적자만 남겨…업계 "시내면세점 포기업체 또 나올 수 있어"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난 2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 위치한 갤러리아면세점63을 찾았다. 한때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대던 이 곳은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360여 개에 이르던 수많은 브랜드의 상품들이 주인을 기다리던 과거는 없었던 것처럼 대부분 브랜드 매장은 철수한 상태였다. 마지막까지 운영한 화장품 편집숍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수 명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인적도 거의 없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이날 마지막 영업에 이어, 30일 상품인도를 마지막으로 3년 9개월만에 폐점한다. 사업권 기간은 오는 2020년까지지만 한화갤러리아그룹(갤러리아)은 면허기간을 채우지 않고 자진 폐점하는 것을 택했다.

지난 27일 찾은 갤러리아면세점63 내 매장들. 화장품 편집숍을 제외하면 대부분 철수한 상태였다. [사진=이현석기자]
지난 27일 찾은 갤러리아면세점63 내 매장들. 화장품 편집숍을 제외하면 대부분 철수한 상태였다. [사진=이현석기자]

중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췄고, 면세점 시장은 급속히 '따이궁(보따리상)' 중심으로 재편됐다. '따이궁’은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빅 3'가 몰려 있는 명동 인근을 중심으로 움직였고,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강남권 면세점들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끌기 위해 송객수수료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갤러리아면세점은 이 경쟁에 참가하지 않았다.

실제 이날 매장 정문 인근에서 만난 중국인 W씨는 "다른 시내면세점과 달리 이 곳은 평소 선불카드 및 할인행사가 적어 거의 오지 않았었다"며 "오늘 온 것도 폐점을 앞두고 진행된 할인행사 때 산 물건을 찾기 위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갤러리아면세점63 내 시계 매장은 이미 철수한 상태였다. [사진=이현석기자]
갤러리아면세점63 내 시계 매장은 이미 철수한 상태였다. [사진=이현석기자]

이에 갤러리아는 빠른 속도로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면세점 영업종료를 알린 데 이어 5월 중순부터 세일에 들어갔고, 6월에는 매장 영업시간을 2시간 30분 단축했다. 또 지난달부터는 고급 시계브랜드와 명품 브랜드들이 매장을 비우는 등 정리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할인 행사를 진행했고, 명품 브랜드에서는 상품을 재매입해 간 만큼 재고는 거의 정리됐다고 봐도 되지만, 그래도 남은 상품은 관세청으로 이관돼 불태우는 멸각 조치를 취하게 된다"며 "소속 직원들은 내년 2월 오픈하는 백화점 광교점 등 원하는 근무지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업계는 시내면세점 경쟁 과열과 '따이궁'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업권을 포기하는 시내면세점이 또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갤러리아면세점과 같은 시기 영업을 시작한 두타면세점은 지난해까지 600억 원 적자를 냈다. 또 SM면세점도 3년간 693억 원의 적자를 냈으며, 광화문에 자리잡은 동화면세점도 연이은 적자 속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이 2015년 6개에서 지난해 13개로 두 배 이상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매출이 오르더라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내면세점 특허 3개가 신규 발급될 경우 이 같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사업을 접는 회사도 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면세 시장은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 3'가 매출 80%를 가져가는 구조인 만큼, 나머지 회사들이 출혈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0일 오전 영업이 종료된 면세점이 불투명 유리로 가려져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30일 오전 영업이 종료된 면세점이 불투명 유리로 가려져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우선 개점 예정인 광교점에 역량을 집중한다. 갤러리아는 광교점을 전시·문화·쇼핑·엔터테인먼트 등 '몰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같은 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다음달부터 대전 타임월드점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건물 외벽에 LED조명 5천700여개가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로 변신시키고, 내부도 함께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VIP를 위한 공간인 '메종 드 갤러리아’를 다음달 10일 오픈해 내실도 더한다는 방침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을 정리한 만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광교점과 타임월드점 등 매장별 차별화 정책을 이어가 갤러리아의 아이덴티티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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