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도민선 기자] 당초 순탄할 것이라 기대됐던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신사와 케이블TV 인수합병(M&A) 심사가 일정보다 길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관련 합병 기일 등 일정에도 일부 차질이 예고된 상태.
이와 관련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공정위 전원회의 합의가 유보됐다. 이에 따라 유사 기업결합 사례로 심사를 앞두고 있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 승인 이후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 측 또한 공정위 심사 일정이 미뤄지면서 예상된 합병기일을 연기하는 등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M&A가 당초 정부 승인 등 순조로운 처리가 예상됐으나 합병 또는 지분 인수 이후 해당 기업간 서비스를 상호 판매하는 이른바 '교차판매 금지' 등이 쟁점이 되면서 돌발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탓에 유료방송업계의 M&A를 통한 구조 재편 등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전날 열린 전원회의에서 다룬 LG유플러스의 CJ헬로의 기업결합(인수)건의 결정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유사 건을 심의한 이후 다시 합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유사 건이란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는 건에 관한 심사를 뜻한다. 이 심사는 빠르면 이달 말에 열릴 예정. 이에 따라 두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전원회의 합의결정이 함께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정부 조건부 승인 판단에 전원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인수 일정 등에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이번 공정위 판단 유보나 심사 일정이 길어지면서 자칫 돌발변수에 따른 유료방송업계 구조 재편 등에도 차질을 빚게 될지도 우려된다.
실제로 공정위가 이달 안에 전원회의를 다시 열고 최종 결정을 하더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른 변수가 없다해도 올 연말에나 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양사는 9월쯤이면 인수 심사가 마무리되고 연내 사업을 재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점차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심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는 상황이 미디어산업 발전에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공정위에 이어 과기정통부도 조속한 심사에 돌입해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고, 업계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결정이 늦어지면서 SK텔레콤 또한 일정 등에 변수가 생겼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SO인 티브로드 합병 관련 공정위 심사를 기다리는 상황. SK텔레콤 역시 전날 오후 공정위 심사와 승인 과정 연장으로 예상됐던 합병기일을 두달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SK텔레콤은 합병법인이 출범 시 미디어사업을 대표할 브랜드를 만드는 등 준비에 속도를 내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전 공시에서 2020년 1월 1일을 합병기일로 뒀는데, 이는 10월 17일까지 공정위 심사가 끝나서 주주명부를 폐쇄하는 것을 전제로 했던 것"라며, "공정위 위원장이 바뀌고 전원회의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변수, 교차판매 금지 등 쟁점 탓?
업계에 따르면 이번 LG유플러스와 CJ헬로 M&A 관련해서는 알뜰폰 1위인 CJ헬로(헬로모바일)의 '독행기업' 판단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 시장 혁신을 이끄는 독행기업이 M&A로 소멸 될 경우 시장 경쟁이 둔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3년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 당시 같은 이유로 이를 불허한 전례 탓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3년전과는 달리 LG유플러스가 이통시장 3위 사업자이고, CJ헬로의 알뜰폰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이유로 이를 독행기업이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이번 공정위 합의유보 결정은 두 회사간 서비스를 상호 판매하는 '교차판매'가 쟁점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이의 교차판매 제한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티브로드 M&A 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통해서도 교차판매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이통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3년간 교차판매 금지를 조건으로 승인하겠다는 방침인 것.
다만 이 같은 교차판매 금지는 합병에 따른 효과가 제한되는 등 문제로 업계가 반발하는 대목이다. SK텔레콤 역시 이 문제를 공정위에 적극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A에서 교차판매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공정위 판단에 업계에서도 우려의 시각을 내비친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교차판매 금지 조건은 현재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M&A에 따른 실효성 등이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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