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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뇌물' 신동빈-이재용, 대법원서 엇갈린 판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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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판결서 '뇌물 공여' 혐의 유·무죄 판단 달라…롯데-삼성, 희비 교차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엇갈린 판결문을 받으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신 회장은 상고심에서 집행유예 확정 판결로 지주사 체제 완성 등 롯데그룹의 당면 과제를 풀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반면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으로 경영행보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 돼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신 회장을 박 전 대통령 쪽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고 판단한 2심과 달리 '뇌물 공여자'라고 판단을 했지만, 원심의 양형을 취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신 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 취지로 보고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했지만, '강요죄의 피해자'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며 "다만 양형은 사실심의 재량이고 법률심인 대법원의 판단 사항이 아닌 만큼, 원심의 양형까지 취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의 특허권을 얻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건넨 것이 뇌물로 간주된 상태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적극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판단, 신 회장에 대한 처벌수위를 집행유예로 낮췄다. 또 상고심에서 신 회장의 집행유예를 확정시키면서 롯데는 그동안 남았던 '오너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됐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눈치다. 지난 2016년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사드 보복 사태와 법정 구속,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웠던 가운데서 이번 결정으로 무거운 짐을 덜게 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 8월 말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 판결로 인해 비슷한 판결을 예측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일부 롯데 관계자들은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반면, 이 부회장 재판의 파기환송으로 '경영 시계 제로' 위기에 놓인 삼성그룹은 연일 암울한 분위기다. '국정농단' 관련 상고심에서 재판부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된 말 3필의 성격을 뇌물로 인정하며 2심 판결을 송두리째 뒤집어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지난 8월 29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삼성전자가 구입해 최순실 씨 측에 제공한 말 3필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지원 자금 성격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한다"며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든 삼성전자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대내외 악재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 '총수 부재' 가능성까지 살아나면서 또 다시 '경영 시계 제로'인 상황에 처해서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계속된 수사로 상당히 지친 상태다. 실제로 그 동안 국정 농단과 관련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등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이 비슷한 쟁점으로 대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다른 결론이 난 것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2심에서의 유·무죄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신 회장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유죄를 받았다.

이로 인해 대법원은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다투지 않고 양형 부분에 대한 해석을 내놨지만, 이 역시 법률심이란 이유로 판단 사항이 아니라고 봤다. 반면, 이 부회장은 대법원이 2심에서 인정하지 않던 말 구입액·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한 '뇌물'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이 결정타였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로 국내 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긴 점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향후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맞춰 혐의는 인정할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여러 여건을 감안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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