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시각특수효과(VFX) 숏만 2천600개. 15명 가까이 되는 편집자.
최근 개봉한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의 편집 작업 규모다. 공상과학(SF) 액션 영화는 일반 영화보다 더 많은 VFX가 필요하다. '데드풀'을 연출한 팀 밀러 감독이 참여한 이 영화는 더욱 그랬다. 그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팬으로도 알려져 있다.
팀 밀러 감독은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막하는 '어도비 맥스' 콘퍼런스의 일환으로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2천여 개의 VFX 숏이 있는 데다 모든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뮤직비디오나 독립영화는 혼자서도 편집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영화는 불가능하다"며 "작업 중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즉각적으로 뛰어들어 실시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규모가 클수록 협업이 수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또한 "나는 모든 숏을 모두에게 보여줌으로써 관여하게 하고, 한 팀으로 움직이게 만든다"고도 했다. 팀 밀러 감독의 리더십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그와 편집팀은 어도비의 영상 편집 SW인 '어도비 프리미어'에서 이번 영화를 편집했다.
미래에서 온 업그레이드 된 터미네이터 '레브나인(Rev-9·가브리엘 루나)'이 몸을 둘로 분리하는 장면, 얼굴의 주름을 펴는 디 에이징(de-aging) 등 다양한 시각효과를 통해 장면의 완성도를 높였다. 10명이 넘는 편집자들이 타임라인에서 2천600개 VFX 숏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어도비에 따르면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어도비 프리미어에서 편집된 가장 규모가 큰 영화다. 시각효과 레이어가 20개, 대형 VFX 화면을 위한 오디오 트랙이 30개에 달한다. 분할 화면 등과 같은 효과도 구현됐다. 반면 해킹 등으로 영화가 유출될까봐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은 제한했다.
사실 팀 밀러 감독과 어도비의 인연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년 전 무명의 시각효과 아티스트였던 그는 항상 어도비 제품으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영화 '나를 찾아줘' 등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강력한 추천이 계기가 됐다.
어도비 제품팀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베타 테스터를 신청하거나 도움이 될만한 기능에 관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정도였다.
액션 장면과 시각효과가 한몫했을까. 이 영화는 지난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봉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다. '원년 멤버'인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자로 나선 데다 아널드 슈워제너거(72)와 린다 해밀턴(63)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만 팀 밀러 감독은 이날 "관객이 객석을 나설 때 시리즈물로서 연속성의 가치가 있고, 액션 투성이의 다른 SF와 달리 아들에 대한 모성애를 담은 감동을 주는 영화라고 느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나는 50살이 돼서야 운좋게 디렉팅을 시작했다"며 "때론 실망스럽더라도 그만두지 않으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계속하라"라며 젊은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김국배 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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