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국내 2위의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현재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파전으로 굳어지는 양상이지만, 새로운 참여자로 인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반면 각종 악재들로 인해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한다. 본입찰 후 우선인수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을 거쳐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천868만8천63주(지분율 31%)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본입찰 안내서에는 신주 인수액의 하한선을 8천억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주 가치는 약 4천억 원으로,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하면 인수가는 1조5천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자는 예비입찰을 통해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KCGI,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4곳이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됐고, 최근 애경그룹과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손을 잡으면서 3곳으로 좁혀졌다. 업계에서는 KCGI가 전략적투자자(SI)를 영입하지 못한 만큼 사실상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 단독으로는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어 경험은 풍부하지만 '자금력 부족'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을 잡으면서 현금성 자산이 5천억 원에서 약 1조5천억 원으로 늘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금성 자산만 1조6천억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가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상반기 말 순자본비율(NCR)은 2천46%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양강구도'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본입찰에서 '깜짝 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KCGI가 대형 후보를 데려오거나 일부 대기업이 막판에 들어올 경우 분위기는 바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아 대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내식 사업 관련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에 따른 박삼구 전 회장 등 경영진 검찰 고발 검토 등 우발채무가 상당해 인수 후보자들이 발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 불황 속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3월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 45일 정지 등까지 겹쳐 영업 환경도 좋지 않다.
만약 본입찰이 유찰되거나 매각이 지연돼 내년으로 넘어가면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에서 산업은행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은 떨어지게 된다. 구주 매각 대금이 낮아져 금호그룹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5천억 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수혈하면서 '처분 대리권'을 명시한 특별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채권단은 금호산업 보유 주식을 대신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채무를 떠안고 있는 데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현재 매각가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 차례 유찰된 뒤 채권단에 넘어간 다음 가격이 낮아지면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예상 입찰금액 대비 잠재적인 우발채무 규모가 상당해 유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찰보다는 매각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며, 오히려 흥행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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