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10여년 째 공회전 상태이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결국 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향후 2~3년 간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불편이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통과 여부를 떠나 논의라도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1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논의되지 못했다. 이 날 통과된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 등에 사실상 밀려난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3천422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가입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원으로부터 서류를 발급 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로 인해 보험금 수령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입원의 경우 4.1%, 외래는 14.6%, 약처방의 경우 20.5%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 보험금 미청구 이유로는 소액이 90.6%를 차지했다.
이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험급여 청구절차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최근 금융위도 동의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밖에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도 청구 간소화에 동의했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매번 발목을 잡혀 왔다.
이번에도 의료계는 절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환자 정보가 보험사에 제공될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보험사가 이를 활용해 보험가입 거부나 지급 거부 등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의료기관에 진료명세서 청구 업무를 맡기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의료계의 반대의 이면에는 밥그릇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청구 간소화가 되면 그간 암암리에 횡행했던 과잉 진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강력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법안 통과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의 영향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청구 간소화 가능성을 두고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았다"며 "통과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논의라도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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