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삼성과 한화의 빅딜계약이 정확히 5년 경과한 가운데 한화그룹으로 인수합병된 계열사들이 일제히 대박 터지면서 김승연 회장의 승부수가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계열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합이 5년 만에 무려 8배 증가하며 그룹 내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한화그룹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반한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일단락하는 동시에 화학과 방산, 태양광 등 3각 편대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올해 자산가치 기준으로 빅딜 5년 만에 10위권에서 7위로 약진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 속 인수 계열사, 매년 2兆 이익 창출 성과
삼성과 한화는 2014년11월26일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석유화학),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방위산업)를 한화가 인수하는 내용의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었다. 당시 거래액은 1조9천억원으로 민간 주도의 자발적 산업 구조조정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시장에서는 한화의 무리한 인수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 가격대의 적정성 문제나 이익 개선폭 대비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당시 부채비율이 165%에 달했던 한화케미칼이 삼성종합화학 인수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인수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舊 삼성종합화학), 한화토탈(舊 삼성토탈), 한화에어로스페이스(舊 삼성테크윈), 한화시스템(舊 삼성탈레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합이 1조4천916억원으로 인수 직전인 2014년(1천844억원) 대비 무려 708% 증가했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의 다운사이클 진입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지난 2017년에는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총합이 2조608억원을, 2016년에도 2조1천148억원을 각각 거두면서 인수합병 거래액(2조원)을 넘어섰다. 즉, 2조원에 사들인 계열사들이 1년에 2조원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인수 계열사, 자산도 증가…한화그룹 10위→7위로 도약
이들 계열사는 고(高)실적을 발판으로 자산도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한화그룹을 재계순위 10위에서 7위로 도약시키는 데 기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그룹은 공정자산 기준 자산총액은 65조6천억원을 기록, GS그룹을 앞지르고 재계순위 7위를 기록했다.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지난 2014년 대비 무려 177.7% 증가한 1조8천99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56% 증가한 3조5천31억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5.5% 증가한 3조8천810억원, 한화토탈은 8% 증가한 6조8천373억원을 각각 거뒀다.
올해 그룹의 전체 자산 증가분(4조3천억원) 중 43.4%(1조8천698억원) 가량이 이들 계열사에서 창출됐다.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계열사들의 자산규모는 전체 그룹 자산의 1/4 가량을 차지하며 5년 만에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들 계열사의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 129.9%에서 지난해 97.1%로 꾸준히 감소했다. 한화종합화학은 24.2%→16.1%, 한화토탈은 101.2%에서 81.8%로 각각 감소했다. 다만 한화시스템은 올해 상장 등의 이유로 81.5%에서 131.4%로 증가했다.
◆한화시스템 이어 종합화학 상장 대기…경영권 승계 작업 관측
이들 기업은 경영권 승계에서도 주요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시스템과 한화에너지를, 에너지는 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에 이어 종합화학 상장을 추진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시스템 상장으로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보통주 739만주(14.49%)를 1천163억원에 확보한 가운데 한화시스템 지분가치는 상장 이후 9거래일 뒤인 이날 종가기준 1천626억원으로 뛰면서 대략 500억원의 자산가치 증대효과를 거뒀다.
한 기업이 보유한 투자회사 지분은 '공정가치금융자산'으로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반영된다. 지분가치 상승은 자산가치와 기업가치 증가로 이어져 향후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 가운데 에이치솔루션과 (주)한화 합병설이 현재 유력한 상황이다.
에이치솔루션 손자회사인 종합화학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자문사 선정과 상장 일정 추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과 한화 빅딜 당시 한화는 삼성과 2021년까지 종합화학에 대한 IPO를 약속한 바 있다. 한화종합화학까지 상장이 이뤄질 경우 에이치솔루션 라인의 자산가치는 더욱 뛰어오르게 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과 종합화학, 한화토탈을 통해 범용부터 고부가가치 상품까지 화학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항공엔진, 시큐리티(테크윈), 방산(디펜스·시스템)의 시너지 강화와 한화큐셀을 통한 태양광 부문으로의 수익구조 다변화에 성공했다.
이로써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대회장 별세로 29세에 그룹 중책을 맡게 된 김 회장은 고비 때마다 M&A를 성공시켜 지금의 한화를 만들었다"며 "글로벌 종합방산회사, 석유화학 빅3의 위상을 갖추는 데 김 회장의 공로를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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