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불공정수입조사국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과 법정 모독 행위를 했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LG화학의 요청에 대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조사국의 이번 판단은 단순 참고의견이어서 법리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OUII)은 LG화학의 조기 패소 결정에 대해 "해당 요청은 수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통지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OUII는 ITC 산하 조직이지만, 독립적 기관으로 소송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앞서 LG화학은 증거개시절차(discovery)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포착됐다며 조기 패소판결 등의 제재를 ITC에 요청했다. 증거개시절차란 재판 상대방이 소송 정보를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ITC는 증거개시절차 과정에서 위법사유가 발견되면 추가재판 없이 원고 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default judgement)까지 내린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증거인멸 의혹 소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OUII는 LG화학이 주장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을 인정했다. OUII는 "SK가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런 행위들 중 일부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기패소 판결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다만 OUII는 "SK 측이 쟁점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하므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답변서를 ITC에 제출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LG화학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 조기패소 판결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ITC 소송 전 과정에 성실하고 당당하게 대응하고 있어서 증거인멸 등을 할 필요가 없다"며 "자사의 충실한 소명에 따라 LG화학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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