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정유업계 내 어닝쇼크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GS칼텍스가 내년부터 상시 희망퇴직에 나선다. 수익성 악화 우려 속에 선제적으로 경영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사실상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GS칼텍스가 희망퇴직 신청시기를 상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업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내다본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유사 이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18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로써 2012~15년 이후 또다시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 노사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 임단협 장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본급 1.5% 인상 ▲타결 격려금 기본급 120% ▲개인퇴직연금 지원금액 상향 ▲주택융자 제도 개선 ▲상여금 매월 균분 지급 등이 포함됐다.
특히 노사는 희망퇴직 접수를 상시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제도는 정년연령에 도달하지 않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직을 원할 경우 위로금 지급 등을 통해 근로계약관계를 즉각 종료시키는 게 특징이다. 조직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GS칼텍스가 희망퇴직 신청시기를 유연화하는 배경에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해서다.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이달 셋째 주 배럴당 -0.6달러로 집계됐다. 주간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1년 6월 첫째 주(-0.5달러/bbl) 이후 처음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 수익성을 나타낸다.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그 이하를 기록할 경우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 때문에 올해 4분기 대규모 적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제마진이 폭락한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정유제품 수요 감소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트레이딩 업체가 추가 가격하락에 베팅하며 정유수요가 급감했다. 선박 연료 황함량 규제인 '국제해사기구(IMO2020)'의 시행으로 인해 벙커C유 가격이 반토막난 것도 정유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GS칼텍스의 희망퇴직이 업계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유업계 실적은 유가와 환율 등 대외변수에 좌우되다 보니 구조조정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해왔다. GS칼텍스가 지난 2012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나서자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이 줄줄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18년 만에 정제마진이 적자가 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엄청난 충격일 것"이라며 "정유사는 공장 가동률을 줄이거나 정기보수를 앞당기는 등 생존전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GS칼텍스 관계자는 "희망퇴직 상시화는 노사가 잠정합의한 내용으로 아직 확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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