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국산 바둑 인공지능(AI)인 '한돌(HANDOL)'이 구글 '알파고'에 1승을 거둔 유일한 인간 기사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 상대로 낙점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NHN(대표 정우진)에 따르면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과 다시 한번 승부를 겨루고 싶다는 이세돌 9단의 의지가 바탕이 됐다.
주최 측인 바둑 전문 채널 K바둑은 이세돌 9단의 은퇴를 앞두고 중국 기사와의 대국, 한돌 등 바둑 AI와의 대국 등 여러 안을 제시했고 이중 이세돌 9단이 AI를 택하면서 대국이 성사됐다는 것.
앞서 NHN은 한돌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올해 1월 한 달간 5명의 최상위 랭킹 바둑 프로기사들과 릴레이 대국을 펼치는 '프로기사 톱5 vs 한돌 빅매치' 이벤트를 진행하며 K바둑 측과 연을 맺은 바 있다. 당시 한돌은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을 차례대로 승리를 거두며 국산 바둑 AI의 위력을 입증했다.
올해 8월에는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에 참가, 첫 출전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성적 등도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성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세돌 9단과 맞붙을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 프로그램.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다양한 대국 데이터를 학습하며 꾸준히 기력을 발전시킨 결과 현재는 국내·외 프로기사의 실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한돌은 한게임 바둑 기보를 포함해 사람이 둔 경기를 바탕으로 학습한 모델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사람이 둔 기보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자가대국(self-play)으로 기보를 생성, 이를 학습한 모델로 다시 자가대국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붙어 1대4로 패배한 바 있다. 당시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낙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3연승을 차지해 일찌감치 승부를 일단락지었다.
이세돌 9단은 이어진 4국에서 '신의 한수'를 두며 유일한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이는 인간 기사가 알파고에게 거둔 유일한 승리로 기록돼 있다. 이후 알파고의 실력이 거듭 발전되며 커제 9단 등 정상급 기사를 상대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
세기의 대국이 될 이번 승부는 이세돌 9단이 흑을 잡아 두 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으로 시작한다. 한돌이 실력이 높다는 것을 일단 인정한 셈이다. 이후 대국 결과에 따라 돌을 조정하는 '치수 고치기'가 진행된다. 치수 고치기란 두 대국자의 기력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대국 결과에 따라 치수를 조정하는 바둑 용어. 다만 1국서 이세돌 9단이 이길 경우 2국은 치수 없는 맞바둑으로 승부를 펼치게 된다.
NHN 측은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 상대로 한돌을 제공하게 된 점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국내 바둑 산업에 뜻깊은 대국이 펼쳐질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토종 기술로 개발한 한돌을 통해 국내 바둑 시장 저변 확대와 AI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NHN은 지난 3일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으로 펼쳐질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의 주최 및 주관사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국은 총 3국에 걸쳐 진행되며 12월 18일과 19일 오후 12시에 각각 1, 2국이 진행되며 마지막 3국은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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