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기로 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10일이 예정일이었다. 현재까지 수면 위로 드러난 진척 사항이 없자, 양사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가 불발될 수 있다는 시각도 흘러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과 웅진코웨이 간 주식매매계약은 예정일이 한달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체결되지 않고 있다.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넷마블이 약 1조8천여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없다. 순조로워 보였던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넷마블은 당초 웅진코웨이의 인수 예비실사로 참석하지 않았다가 본입찰 때 '깜짝' 등장했다. 시장에서도 넷마블의 갑작스런 참전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넷마블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웅진코웨이 실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실사 이후 반응은 본입찰 당시와 비교하면 미적지근하다. 지난달 넷마블은 이사회를 열었지만 안건에 웅진코웨이 인수는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 쪽에서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방안을 웅진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웅진 입장에서는 너무 낮은 가격에 인수될 경우 자칫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 입장에서는 워낙 갑작스럽게 입찰에 나서다 보니 가격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실사와 함께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웅진코웨이의 노동조합 이슈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넷마블은 지난달 12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노무 이슈는 경영 환경의 일부라고 생각하므로 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웅진코웨이 CS닥터노조(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웅진코웨이 지부)는 현재 사측에 서비스 기사인 'CS닥터'들의 정규직 전환과 사측의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CS닥터를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다. 현재 CS닥터 1천540여명이 파업을 진행 중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CS닥터가 파업 중이다. 노사는 합의를 위해 현재까지 총 31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지난 10월 말부터 넷마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넷마블 측과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흥수 웅진코웨이 CS닥터노조위원장은 "직접고용 관련 내용이 담긴 고용안정협약서를 통해 넷마블에 매각이 되더라도 직접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며 "다만 이에 대해 사측은 매각 이후 협약서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노조에 파업을 철회하면 매각 후 직접고용을 위해 넷마블과 협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았다. 경쟁업체인 SK매직과 청호나이스 등은 자회사를 세워 자회사 소속으로 서비스 기사들을 정규직 전환했다. 다만 웅진코웨이가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할 경우 최대 1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 사측도 섣불리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웅진코웨이에서 퇴사한 CS닥터에 대해 퇴직금, 연차·휴일수당,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총 지급액이 150억원 수준이다. 이를 1천400여명의 재직자에게 지급한다고 하면 비용이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한다면 이로 인해 드는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웅진코웨이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협상 결렬 가능성도 제기된다. 웅진코웨이 임원 5명이 지난 11월 말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잇따라 매각했다. 이들이 매각한 자사주는 총 6만8천918주 규모로 발행 주식총수 대비 0.093%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는 것 자체로 매각 협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아직 판 자체가 엎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든 웅진이든 기본적으로 웅진코웨이 매매계약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고 웅진코웨이 노조도 기본적으로 매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협상에 다소 난항은 있겠으나 결국 향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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