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증여세 납부를 목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SI) 보유 지분을 17개월 만에 또 다시 매각했다. 지난해 4월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에게 1천900억 원 가량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 주를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 총괄사장이 보유하던 자사 지분 4.2%(30만 주)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됐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주당 22만1천510원으로 총 664억5천300만 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가 지분 45.76%를 보유 중인 자회사로, 패션 및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 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도 이곳에서 사업기획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7월에도 보유 중이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만 주를 매각하면서 266억4천만 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분율은 21.44%에 19.34%로 2.1%p 낮아졌다. 주당 처분 단가는 17만7천600원이었다.
여기에 이번 블록딜로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은 19.34%에서 15.14%로 더 줄었다. 다만 이번 지분 매각에도 2대 주주 지위는 유지했다. 이날 정 총괄사장의 지분 매각으로 코스피지수가 좋은 흐름을 보였음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전날보다 9천500원(4.12%) 내린 22만1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개인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 확보한 자금에 대한 사용처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증여세 납부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4월 부친에게 받은 지분에 대한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는지도 현재로선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총괄사장의 이 같은 결단은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세계는 지분 증여 시 적법한 절차에 맞게 증여세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이에 대한 작업을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다. 2006년 5월 당시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는 법에 따른 납세를 통해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며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세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06년 부친인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당시 6천870억 원 상당의 신세계 주식 147만 주를 물려받은 후 이듬해 3천500억 원의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했다. 이 탓에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최종 지분율은 약 2%씩 줄었다.
또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4월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주(21.01%)를 증여 받은 후 증여세를 적법한 절차에 맞게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실행에 옮겼다. 당시 추산된 증여세 규모는 약 950억 원으로, 지금까지 정 총괄사장이 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약 930억 원에 이른다. 정 총괄사장의 지분율도 21.44%에서 현재 15.14%로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남매 경영이 안착된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후계 정리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이명희 회장의 지분 향방에 따라 후계 구도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남은 상태에서 거액의 '증여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후계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괄사장은 이번 일 외에도 이명희 회장이 보유 중인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모두 증여받게 되면 천문학적 규모의 증여세를 내야한다"며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물려 받을 이 회장의 주식 가치에 대한 증여세는 대략 7천억~8천억 원 가량으로, 이 경우 신세계그룹에 대한 오너가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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