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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그랜저' 후속모델 요람의 진화…현대·기아차, VR로 미래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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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본격 가동…시간·비용↓품질↑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지난 주 '그랜저' 후속 모델 개발 회의를 이곳에서 진행했다. '그랜저' 모델 데이터를 다양한 제원, 프로파일로 변경하면서 앞으로 개발될 '그랜저'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이달 1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첫 가동한 날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그랜저' 후속 모델 개발뿐 아니라 현대·기아차만의 새로운 미래차가 개발될 전망이다.

'버추얼 개발'이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 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을 진행할 수 있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이러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한 것은 자동차 산업 대전환기에 미래 모빌리티 개발 역량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고 크게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 양희원 현대·기아차 바디 담당 전무는 "MECA(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로 대변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에서 고객들이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가상의 모델 혹은 환경을 이용해 차량을 개발하는 버추얼 개발 방식을 통해 개발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추얼 개발 방식 가운데 하나가 VR이다"며 "연구개발 단계 전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가상의 환경에서 가상의 자동차로 차량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어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에 대한 다양한 검증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사진=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의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사진=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차가 이날 미디어에 공개한 VR을 활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이다.

먼저 VR 디자인 품평장은 가상의 공간에서 디자인 품질과 감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곳으로 현대·기아차가 지난 3월 150억 원을 투자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다.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다. 품평장 내에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돼 있는데, 덕분에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해 정확한 디자인 평가가 가능하다.

평가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차량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고 사용성(UX)이나 시공간별 디자인 적합성을 평가해 고객의 눈높이에서 최적의 모델을 도출할 수 있다.

실제 VR 장비를 착용하고 디자인 평가를 해봤다. 장비를 착용하니 가상의 공간이 펼쳐졌다. 가상의 공간은 시공간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로 순간 이동해 현지에서의 품평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에 최적화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품평할 차량이 가상의 공간에 펼쳐지면 발걸음을 옮겨가면서 차량 외부뿐 아니라 내부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러한 가상의 공간에서 다른 평가자들과 회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VR 장비를 착용한 다른 평가자들의 모습은 마치 아바타처럼 보였는데, 센서가 평가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 보니 VR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도 다른 평가자들과 충돌 없이 품평장을 돌아다니며 차량을 평가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아바타에는 VR 장비를 착용한 사람의 사진과 이름도 표시된다.

김광현 현대차 디자인모델개발실장은 "디자인뿐 아니라 실무 개발자, 당사 최고 경영진들이 매달 모여서 이런 식으로 디자인 모델을 품평한다"며 "데이터로 만들어진 디자인들을 실물모델에 가깝게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제품 기획안 완료 전에 VR을 이용해 디자인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 방향을 명확히 할 수도 있다"며 "개발 비용과 시간이 단축되면 제품 품질을 높이는데 투자할 수 있게 돼 좀 더 완벽한 제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나아가 글로벌 디자인센터와의 협업도 가능하다. 현대·기아차 디자인부문은 유럽, 미국, 중국, 인도 등에 있는 디자인센터와 협업해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조만간 구축할 예정이다.

더불어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디자인 단계로까지 VR 기술을 점차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 모델을 투영시켜 평가하는 AR(증강현실)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VR 설계 검증 시스템 활용 모습. [황금빛 기자]
VR 설계 검증 시스템 활용 모습. [황금빛 기자]

VR 설계 검증 시스템 활용 모습. [황금빛 기자]
VR 설계 검증 시스템 활용 모습. [황금빛 기자]

디자인뿐 아니라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에도 VR이 활용된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디지털차량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 품질, 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곳에서도 VR 장비를 실제 착용하고 차량 외장 설계 품질을 검증해봤다. 자동차 보닛을 열어 내부를 볼 수 있는데 마음대로 절개해 단면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며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부품이 제자리에 있는지, 부품 간 적합성이나 움직임 등은 어떤지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실물 평가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개발 차량의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파악해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추후에 생산, 조립 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해 조립성을 검증해 인체공학적이고 효율적인 조립 라인과 작업 환경을 설계할 예정이다.

한명빈 디지털차량검증팀 팀장은 "설계자들의 3D 캐드 데이터를 모아서 디지털차량을 구성하는데 디지털차량 제작 시 실차와 유사한 색감과 표면질감을 구현하고 다양한 파트의 움직임도 실차 수준으로 구현해 검증 효율을 높여 각종 작동의 문제점, 고객 관점의 사용성 등을 평가한다"며 "여기에 사실감 있는 고객의 눈으로 디지털차량을 평가하기 위해 VR 입체 평가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차량 평가를 버추얼차량 평가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시작차를 대체할 버추얼 시작차를 만들고 전 세계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와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또 엔지니어들이 최고의 자동차 기술을 신속하게 최적화하고, 입체 평가를 통해 고객들에게 완성도 높은 자동차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차량 개발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도입해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연구개발 혁신을 이룰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품질이 높은 자동차를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초기 단계 가상 검증은 시행착오를 줄여 불확실성이 높아진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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