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2차 심층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1단계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독과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정밀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규제당국도 최근 이들 기업의 합병에 대해 1단계 검토를 진행한 뒤 독과점을 우려한 바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EU까지 주요 국가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빅딜'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각)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1차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2차 심층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반독점 여부에 대해 본심사를 시작해 내년 5월7일까지 결정하게 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분과 집행위원은 이날 "해당 합병이 다양한 국제 화물 조선 시장에서 경쟁을 줄일 수도 있는 만큼 심층심사에 들어가겠다며 "양사의 합병이 가격을 높이거나 선택권을 줄이거나, 혁신이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U는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예비협의를 거친 뒤 본심사(1단계 일반심사·2단계 심층심사)에 들어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심층심사로 넘어간다. 현대중공업은 EU와 지난 4월부터 예비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지난달 12일부터 본심사에 들어갔다.
EU는 최근 30년간 접수된 기업결합심사 신청 7천311건 중 6천785건, 즉 92.8%를 일반심사에서 승인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가 2단계 심층심사로 넘어간 것은 그만큼 EU집행위원회가 합병에 대한 피해를 그만큼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 역시 지난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유조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양사간 사업이 중복돼 경쟁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2차 검토를 결정한 바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두 회사 전체 선종을 따진 시장 점유율 21%(수주잔량기준)다. 현재 IMO(국제해사기구)의 황함량 규제 강화 등으로 LNG관련 선박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신청을 냈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만 합병 승인을 내줬다. 나머지 국가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다만 큰 문제없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들 기업의 규모를 따졌을 때 2단계 심층심사는 예고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 STX조선도 유럽 최대 크루즈조선소 아커야즈 지분인수 때도 EU의 심층심사로 넘어간 뒤 무조건부 승인을 받아낸 사례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2단계 심사는 이번 기업결합이 시장에 가져올 긍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설명하고, EU 집행위가 가진 우려사항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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