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피고인 조용병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해 주십시오."
검찰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게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연임 확정 6일만에 중형을 구형받아 우려했던 '법적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구형 순간 법정에는 낮은 탄식이 흘렀고, 조용병 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검찰은 18일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손주철) 심리로 열린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혐의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의 판결은 내년 1월22일로 예정됐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 회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기업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임직원 자녀를 합격시켰다는 보고를 받은 바도 없고 불합격자를 합격으로 처리한 적도 없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부행장 딸이라는 지원자의 이름 등도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조 회장 등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 45회 공판 끝 1심 검찰 구형
검찰은 지난해 10월31일 조 회장을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1월 첫 공판이 열린 뒤 1년여 동안 열린 공판은 45회에 이른다.
최종변론과 검찰구형이 이뤄진 이날 동부지법 법정은 참관인과 검사, 변호사들이 가득 메웠다.
조 회장 등 피고인들은 신한은행은 사기업이므로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폭넓은 채용의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변호인은 "사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용인되리라 생각했던 일종의 잘못된 관행이었다"며 "조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측면에서 다소간 잘못된 행동을 한 측면이 있지만 개인적인 이익이나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은행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 및 건전한 경제질서 확립이라는 공적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며 "은행의 특수성 및 신한은행 규모에 비춰보면 신한은행장의 채용 재량권은 무한정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채용비리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좌절을 안겨주고 사회 전반의 신뢰를 심각히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구형을 내리는 순간 조 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피고인 최종진술에서 조 회장은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 회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기업의 책무를 다하지 못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임직원 자녀를 합격시켰다는 보고를 받은 바도 없고 불합격자를 합격으로 처리한 적도 없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부행장 딸이라는 지원자의 이름 등도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법원은 내년 1월22일에 조 회장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어서, 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의 이번 징역 3년 구형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1심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검찰은 지난해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 대해서도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행장은 올 1월 1심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어 10월 2심에서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앞으로 검찰의 1심 구형보다 형량이 깎일 가능성이 있지만, 조 회장이 신한금융 회장 연임에 성공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법적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지난 13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 받고,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지주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당시 회추위는 조 회장의 법률적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따졌으며 법정 구속 등 유고 시 대표이사 해임 등의 권한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을 고려하면 당장 회장직 수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전 우리은행장이 1심 선고 후 도주 우려를 이유로 법정구속됐던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진술에서 조 회장은 "해소되지 않은 법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회추위에서 저를 차기 회장으로 결정한 것은 남은 삶을 한국 금융과 신한금융에 바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과정에서 얻은 반성과 교훈을 뜻있게 새기고 사회가 신한금융에 기대하는 사회적 여건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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