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4일 공개한 '2025 전략'에서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당장 현대차의 획기적인 체질개선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의 허물을 벗고 전기·수소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전동차 업체이자 모빌리티 사업자로 변신이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2025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 총 67만 대를 기록해 세계 3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또 2024년에는 완전자율주행 플랫폼을 양산하고, 2025년에는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경우 대중화로 가고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실증 단계이고, UAM은 아직 설계 단계라 실체조차 없다. 현대차의 '2025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셈이다.
먼저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2030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신차의 20~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델 보급을 국내외로 확대해왔다.
다만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 아직 내연기관차에 비해 다소 비싸서다. 전기차의 배터리와 수소전기차의 연료전지스택이 생산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서인데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협력,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량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부의 보조금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10월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친환경차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 도달 시까지 친환경차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했다.
물론 현대차도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스웨덴 연료전지 분리판 코팅기술 전문업체, 이스라엘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기술업체, 스위스 수소 저장·압축 기술업체 등과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한 경제성 확보에 나섰다.
그런데 결국 수요가 높아지면 충전소 인프라 확대 과제도 따라온다. 충전소 확대를 위해서도 유관 기업과의 협력, 정부 지원 등이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현재 한국도로공사, 대영채비, SK네트웍스 등과 협력해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구축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수소충전소 확대는 조금 더딘 편이다. 현재 실제 가동 중인 수소충전소는 33곳뿐인데, 일반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이 가운데 24곳이고 서울에는 상암, 양재, 국회 총 3곳밖에 없다. 이마저도 상암은 보수를 위해 내년 초까지 문을 닫기로 했고, 얼마 전 양재는 노후화와 설비 과부하로 고장이 발생했다며 수리를 위해 임시 운영 중단 조치했다.
수소충전소 확대가 더딘 이유로는 구축과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지목된다. 우선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이 비싼데 충전소 설비비용의 60% 이상인 핵심부품이 대부분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국산화율 100% 달성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수소충전소 운영비도 연간 최대 2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또한 일본이나 미국처럼 운영 보조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외에도 수소충전소 부지 확보를 위해 시민들의 수소충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전기차의 경우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도 과제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가 글로벌 시장에서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라리티' 등 경쟁차 대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토요타에 밀리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동력차(하이브리드차,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자동차 메이커별로 토요타가 168만 대로 1위, 현대·기아차가 28만 대로 2위로 나타났다. 25만 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3위다.
이에 현대차도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16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충분한 공간과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실증 단계에 있는 자율주행의 경우 완전자율주행까지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당연히 다양한 환경에서 실증 주행을 해봐야 한다. 특히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람이 많은 도심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현대차가 서울시와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도시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서울시로부터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교통신호와 도로 인프라 지원을 받아 강남 지역에서 2021년까지 15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시범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LA에서도 각종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사업을 위해 지난 11월 모빌리티 서비스 목적 법인 '모션 랩'을 설립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이용도가 높아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 환경이 활성화돼 있는 LA에서 미래 사업 모델을 실험하고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려는 목적이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도로 인프라를 완비하는 일이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는 자율주행 센서가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해서다. 정부도 지난 10월 발표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에 필수적인 통신, 정밀지도, 교통관제, 도로 등 4대 인프라를 전국 주요도로에 완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2월 자율주행차의 제작·운행 등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기본가치와 행위주체 정의, 이들이 지켜야 할 행위준칙 등을 담은 '자율주행 윤리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안전한 주행과 책임 규명 등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보완해 내년에 최종안을 고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은 이미 많은 부분 기술 개발이 이뤄진 만큼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처럼 정부의 관련 법·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UAM의 경우 아직 설계 단계라 제작하고 인증을 받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기존 소형항공기를 제작할 때 인증하는 항목들에 대한 규정을 바꿔야 해서다. 특히 UAM의 가장 대표적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는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전기수직이착륙)의 경우 전기 모터로 동력을 얻다보니 기존 항공기와 달리 엔진 자체가 없다. 이 때문에 규정이 먼저 바뀌고 인증 기준에 맞춰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인프라 완비와 안전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데, UAM은 여기에 더해 소음 문제까지 따라붙는다. 먼저 UAM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한 비행공역 설정이 필요하고 UAM을 위한 정류장 설치와 같은 관련 인프라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사람이 많고 교통체증이 심한 메가시티에서 UAM이 하늘길을 누비는 것은 안전상의 이슈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운항규정 정비뿐 아니라 증가하는 교통량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 안전과 관련한 항공교통관제개념의 정비 등도 필요하다. 도심에 있는 이착륙장으로 인한 소음 문제는 새롭게 대두될 수 있는 문제다.
물론 정부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8월 국토부 내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을 신설했다. 또 국토부와 산업부가 민관협의체인 'PAV 산업 발전전략협의체'를 설치하고 자동차, 항공뿐 아니라 교통서비스, 정비, 인프라 등 관련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5월 드론택시 실현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 미래모빌리티시스템연구팀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 당국과의 인터랙션이 많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인프라, 통신, 서비스 등 여러 산업 체계 안의 전 세계 모든 협력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좋은 파트너십을 선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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