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소송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으로 인해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내년부터 중국 보조금 정책 폐지와 시장 확대로 인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4월30일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가면서 관련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8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 미국법인을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각각 제소했다. 심지어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은 LG전자까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은 지난 9월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특허침해로 맞제소했다. 여기에 더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개시절차(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주요 정보를 제출하고 있지 않다며 포렌식 조사 요청에다 조기패소 판결 요청을 미 ITC에 요청했다.
두 기업이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고 과점으로 전환되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또한 이번 소송전에서 밀릴 경우 자칫 주요 고객인 완성차업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존재한다.
아울러 배터리 업계는 ESS 화재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ESS 화재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에서 첫 화재가 발생한 이후 28번째 이어졌다. 이 가운데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된 경우는 총 15건, 삼성SDI는 총 10건, 나머지 3곳은 인셀 등 군소 업체 제품이다.
문제는 정부의 ESS 화재사고 대책발표 이후에도 화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이번 사고를 포함, 총 5건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ESS 화재 부실조사와 안일한 인식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차조사위를 구성해 화재 원인을 추가조사 중이다.
그 결과 국내 ESS 시장은 사실상 고사 위기에 놓였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ESS 수주가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LG화학은 올해 ESS 화재관련 보상금과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만 3천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부터 배터리기업들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자국 배터리 기업에만 몰아주던 보조금 정책을 폐지한다. 게다가 배터리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내년 610만대에서 2025년 2천2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당분간 중국과 미국 시장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다분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국내 업계에서는 기초 경쟁력을 키우면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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